[2001수능]"어려운 문제 풀고도 점수 낮다니…"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0분


“어려운 문제를 푼 사람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쉬운 문제는 높게, 어려운 문제는 낮게’라는 올 수능시험의 독특한 ‘역배점’ 원칙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능은 각 대학의 중요한 전형자료로서 이같은 배점 방식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일 올 수능의 문항 배점 원칙과 관련해 “문제가 쉽더라도 핵심적이며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문항은 높게 배점했고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항이나 교육과정상 비중이 작은 문항은 낮게 배점했다”고 설명했다.

배점의 원칙에는 △어려운 문제의 배점을 높게 하거나 △난이도와 관계없이 핵심적인 평가 내용에 배점을 높게 주는 방법이 있는데 평가원측은 두번째 원칙을 따랐다는 것.

실제 수리탐구I에서 기본 개념을 묻는 단순한 문제에 3점, 어려운 문제에 2점을 배점했다. 서울 현대고 3년 백선우군(18)은 “수리탐구Ⅰ에서 확실히 3점 짜리 문제가 너무 쉬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배점 원칙에 대해 수험생을 포함한 입시 관계자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으로 실력 차이를 가릴 수 없고 상위권과 중위권의 점수차가 상당히 좁혀져 지망 대학을 결정하는 데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시험을 치른 재수생 정성묵군(19)은 “문제가 쉬울수록 배점이 높아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수능 점수에 자신이 있어 수능 비중이 높은 특차에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역배점 방식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Y고 수학 담당 강모교사는 “평가원측이 변별력을 높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면서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열심히 공부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혼란스러워했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수능 점수 1점 사이에 지원자의 70% 이상이 몰려있을 정도로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역배점 방식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공부 대신 실수하지 않는 요령만 터득하게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감소에 긍정적"▼

그러나 고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감소를 중요한 출제 원칙으로 삼고 있는 평가원은 이같은 ‘역배점’방식이 사교육비 감소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영·김경달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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