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입원 15% '무늬만 환자'…몰래 직장 출근

  • 입력 2000년 8월 1일 19시 13분


지난달 6일 퇴근길 승용차사고로 허리와 무릎관절을 다친 양모씨(32·서울 은평구 응암동·자영업). 3주 진단 결과가 나오자 양씨는 보험사에 “진료비와 입원기간의 영업손실을 보상하라”며 입원했다. 그러나 2주일이 채 되지 않은 19일 병원을 찾은 보험사 직원은 양씨가 도보로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출퇴근 입원환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보험사는 양씨를 ‘부재환자’로 규정, 이튿날 바로 퇴원시켰다.

교통사고환자 중 입원치료를 받는 것처럼 보험금을 요청한 뒤 병원을 비우는 ‘부재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 직원이 병원에 점검 나오는 낮에만 병원을 지키거나 아니면 아예 ‘입원등록’만 한 뒤 본업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1일 “97년 4월∼올 5월 전국 29개 주요 도시 1309개 병의원을 야간에 점검한 결과 교통사고 환자 3만7200여명 중 부재환자가 5384명으로 100명 중 14.5명꼴이었다”고 밝혔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13.2%) 주부(10.8%) 택시기사(10.1%) 회사원(9.9%) 등이, 연령별로는 40대(27.4%)와 30대(26.7%)가 많았다.

연도별로는 97년 12.1%에서 98년 12.7%, 99년 16.0%, 2000년 21.0% 등으로 늘고 있다.

부재환자의 증가에는 환자의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병원의 상술도 한몫 한다는 분석이다. 손보협회의 이득로(李得魯)팀장은 “환자의 입원으로 수익을 얻는 병원측이 통원치료로도 충분한 환자에게 입원을 부추기거나 부재환자를 버젓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S병원은 조사기간 중 교통사고입원 환자가 20명이었으나 이 가운데 10명이 부재환자였으며 서대문구의 S병원도 대상 환자 22명 중 11명이 부재환자였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선량한 일반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간다는 것. 손보사들은 최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이달부터 보험료를 평균 3.8% 인상했다.

협회측은 꾸준히 부재환자를 점검, 상습적으로 부재환자를 유치하는 병원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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