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춤꾼들 서울서 "댄스 댄스"…26일 '춤2000' 막올라

  • 입력 2000년 7월 12일 19시 15분


카를로스 몰리나(아래)
카를로스 몰리나(아래)
줄리 켄트, 엔젤 코렐라(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와 이렉 무카메도프(영국 로열발레단)….

세계 정상급 발레 스타들이 서울에서 사랑과 열정, 때로 분노에 휩싸인 ‘파 드 되’(2인무)를 펼친다.

26일 개막되는 ‘세계 춤 2000 서울’의 ‘세계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

이번 무대에는 14명의 스타들이 2명씩 짝을 이뤄 ‘백조의 호수’ ‘라 실피드’ ‘돈키호테’ 등 익숙하면서도 극적인 작품의 주요 장면을 2인무로 연기할 예정이다.

켄트는 95년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내한 공연으로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우수에 젖은듯한 미모와 뛰어난 기량을 지닌 그는 87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함께 영화 ‘지젤’에 출연하기도 했다. 93년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 ‘아폴로’ ‘라 바야데르’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같은 발레단의 발레 마스터 빅터 바비와 결혼했다. 서울 공연에서는 파트너인 엔젤 코렐라와 함께 ‘해적’ ‘바로크 게임’의 2인무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카메도프는 이름만으로도 눈여겨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 9년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주역으로 활동하다 90년 영국 로열발레단에 입성했다. 러시아 시절 최연소로 ‘스파르타쿠스’의 주인공을 맡은 남성 무용수였고 전설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그를 위해 따로 배역을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영국 BBC TV가 그에 관한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도 했다.

특히 무카메도프의 ‘서울 파트너’는 98년 파리국제무용콩쿠르 클래식 발레 2인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국립발레단의 김주원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전 파트너인 김용걸의 파리 진출로 ‘외기러기’ 신세였던 김주원은 이미 런던으로 건너가 마카메도프와 함께 ‘탈리스만’ ‘웬 엔젤 플라이’의 2인무를 연습하며 땀을 쏟고 있다.

이밖에 마누엘 레그리(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시모나 노자(오스트리아 빈오페라발레단), 유안유안탠―로만 라이킨(미국 샌프란시스코발레단), 조주현(미국 워싱턴발레단)―카를로스 몰리나(아메리칸발레시어터) 등이 짝을 이뤘다.

이번 공연에서는 출연자들이 장기로 여기는 작품을 레퍼토리로 선정한 데다 2인무 퍼레이드 형태여서 정상급 스타들의 기량을 저울질해 보는 흥미로움도 숨어 있다. 26, 27일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창조’로 ‘발레스타 초청 대공연’을 비롯, 현대무용이 중심이 된 ‘메인 공연’, ‘한국 전통무용 공연’으로 이어진다. 20여개국 500여명의 무용인이 참가하며 무대 밖에서는 유명 무용가가 직접 한수 지도하는 ‘마스터 클래스’가 열린다.

‘메인 공연’(28∼30일 8시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는 미국 빌 T 존스와 독일 ‘폴크방 탄츠스튜디오’, 프랑스 ‘미리암 네이지 무용단’ 등과 이정희무용단, 창무회 등이 출연한다.

화제의 인물인 빌 T 존스는 미식축구선수 출신으로 에이즈 양성반응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조각을 연상시키는 잘 다듬어진 몸매에 현대무용과 발레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춤의 세계로 유명하다.

82년 알니 잰과 무용단을 결성한 그는 현재까지 50여 작품을 안무했으며 동성애 파트너이기도 한 잰이 90년대초 사망하자 에이즈 환자 돕기 자선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의 김혜식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은 “이들을 한 무대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우리 춤을 국제 무대에 세일즈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는 말 그대로 춤을 팔고 사는 시장인 ‘댄스 마켓’이 열린다.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거래하는 필름마켓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현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일본 ‘이시이 가로우&도쿄 댄스 시어터’, ‘로열 뉴질랜드 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등 30여 단체가 참가를 신청했다. 특히 프랑스 리용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기 다르메, 세계무용연맹 유럽센터회장인 마르크 용커 등 무용계의 ‘실력자’들이 대거 방한한다.2만∼8만원. 02―582―5929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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