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한승주교수 대담]"北에 경제이익 나눠줘야"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04분


94년 북한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주선했던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기대보다는 서로 인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국 조지아주 자택에서 가진 고려대 한승주(韓昇洲)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주선 일화를 소개하고 정상회담에 관해 폭넓게 조언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94년 방북 전에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한교수로부터 남북정상회담 중재 부탁을 받은 뒤 평양을 방문하고 다시 서울로 와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정상회담 수락 사실을 한교수에게 가장 먼저 통보했다.

SBS TV는 7일 밤12시35분 ‘남북정상회담 특별기획―카터에게 듣는다’를 통해 두사람의 대담내용을 방영한다. 다음은 대담 요지.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나.

“아주 기뻤다. 남북정상회담은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94년 우리가 시작한 일의 연장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과 접촉하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적극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도 아버지가 한 약속을 지키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상회담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한다고 보나.

“남북이 첫 회담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지 않을까 우려된다. 첫 회담은 탐색전으로 후속회담을 위한 기본원칙과 단계적인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모두 지나친 요구는 자제하고 토의는 비교적 사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로 외부인을 믿지 않는다. 남한은 북한사람들의 이런 특별한 감수성을 이해하고 모욕을 주지 않으면서 경제적 이익을 나눠주기 바란다.”

―두 정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 긍정적인 목표인 평화와 화해, 그리고 상호배려를 존중하라. 할 수 있을 때마다 도와라. 상대의 격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언급은 되도록 피하라.”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한두 번의 회담으로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감한 사안들은 정상회담에 이어 각료급 후속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회담해야 한다.”

―94년 김일성주석을 만났을 때의 상황은….

“김주석은 평화를 향한 진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남북정상회담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자 그는 ‘서울에 돌아가면 남한 지도층에게 편한 시간에 언제 어디서든지 회담을 할 의향이 있다는 나의 초청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94년 방북 때 김국방위원장도 만났나.

“김주석은 김위원장이 외교에 관여하지 않고 있고 지방에서 일하기 때문에 나를 만나는 게 힘들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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