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조선시대 당쟁사 1,2'/파벌형성…견제기능…

  • 입력 2000년 3월 31일 21시 17분


▼'조선시대 당쟁사 1,2' 이성무 지음/동방미디어 펴냄▼

16세기말 선조대부터 18세기말 정조대까지, 조선 후기 200여년간 치열하게 펼쳐졌던 ‘당쟁(黨爭)’.

그 당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추악한 권력 투쟁인가, 아니면 여러 세력 간의 견제와 균형인가. 이 책은 조선 당쟁의 전체적인 흐름과 당쟁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고 그것을 통해 당쟁의 객관적인 실체를 보여주려 한다.

국사편찬위원장인 저자가 조선사에 대한 탄탄한 식견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꾸민 역사교양서다.

조선을 건국했던 정치세력(훈구파·勳舊派)이 나태와 안일, 권력욕과 부패에 빠져들기 시작하던 16세기. 지방에 은거하던 신흥사대부 사림(士林)파들이 개혁을 외치고 나섰다. 훈구파와의 세력 싸움에서 승리한 사림파는 16세기 후반 선조대에 이르러 정계를 장악해 사림정치 시대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열됐다. 동인 서인으로, 동인은 다시 남인 북인으로. 17세기말 숙종대는 당쟁의 절정기였다. 서인에서 남인으로, 남인에서 서인으로,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이렇게 진행된 조선 당쟁 200년사. 이 책은 그러나 당쟁을 객관적으로 보려한다.

저자에 따르면, 당쟁은 문치주의(文治主義)에 입각한 사림 정치의 독특한 형태다. 거기엔 긍정적 부정적 요소가 모두 포함돼있다. 정치에서의 명분과 도덕성 강조, 부정부패에 대한 상호 견제 등과 같은 긍정성, 장기간의 파벌 형성과 원한, 소모적 정쟁으로 인한 국력 저하 등과 같은 부정성.

저자는 당쟁을 망국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는 견해를 비판한다. 조선말의 혼란은 오히려 상호 견제 기능을 상실한 노론의 일당(一黨) 정치, 즉 19세기 외척세력의 세도정치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붕당(朋黨)정치의 틀이 제대로 존재했다면 오히려 망국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당쟁은 물론 권력투쟁이다. 그래서 추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문치주의에서 비롯된 권력 투쟁이라는 점에 주목해 흥미로운 견해를 보여준다.

“무치(武治)에서 정쟁은 무력을 사용하지만 문치에서는 이론으로 싸운다. 그렇다보니 말이 많다. 그리고 기록문화가 발달해 시시콜콜한 내용이 다 기록으로 남는다.” 온갖 싸움이 모두 기록으로 남겨진 탓에 지금 보기엔 사림들이 매일 먹고 싸움만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또 당쟁은 나름대로 일정한 원칙과 틀 안에서 진행됐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당쟁을 놓고 한민족의 분열 속성 운운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권 308쪽 9000원, 2권 414쪽 1만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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