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29일 개막]영원한 화두 다시 '인간'으로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인+간(人+間)’

29일 개막해 6월7일까지 71일간 계속되는 2000년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다. 오광수 전시총감독은 이번 전시주제에 대해 “사람(人)과 사람의 주변 상황(間)을 함께 살펴 보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는 사람의 정체성, 역사, 계급, 환경 등을 폭넓게 다룰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1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 2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지구의 여백’이었다. ‘경계를 넘어서’는 ‘세계화’ 논의를 담고 있었다. 2회 광주비엔날레는 서구중심적인 시각을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자는 취지가 담겨있었다.

따라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화’의 시각에서 출발해 ‘새롭고 구체적인 시각’을 갖고자 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주제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미술관계자는 “인간이 예술작품의 주제가 아닌 적이 있었는가”라며 “진부한 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세계 비엔날레는 전체적인 주제와 상관없이 작가들의 개성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시 주제는 상징적인 역할만 할 뿐 구체적인 작품들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관계자도 많다.

한편 역대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항상 논란이 돼왔던 문제는 민주화 항쟁지로서의 광주의 지역적 특징을 어떻게 살렸는가, 아시아적이고 한국적인 특징을 어떻게 살렸는가였다. 그러나 국제화시대에 이같은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이 끝없이 제기됐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이같은 점을 고려해 한국적이고 아시아적인 것, 광주의 특성, 국제성 등을 배합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감상초점은 자연스럽게 이같은 부분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전시기획팀은 이를 위해 지역별 전시형태를 취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 특별전, 부대행사 등으로 나뉘어진다.

전시의 핵심인 본전시는 유럽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중남미, 아시아, 한국 오세아니아, 특별코너 등으로 나뉜다. 이는 세계각국의 미술작품을 소개, 국제성을 살리면서 아시아와 한국미술의 특징도 함께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한국의 김호석이 ‘역사의 행렬1’을 통해 민주화 운동과정을 나타냈다면 중국의 장 시아오강은 ‘대가족No16’를 통해 전통적인 중국 대가족제도의 해체를 예감한다.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 가족간의 냉대와 이기심 등을 표현했다.

중남미 작가들은 식민지의 역사와 계급갈등을, 북아메리카의 작가들은 자화상 형태를 통해 자기자신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나타냈다. 이처럼 본전시는 인간과 정치 및 역사 등 주변환경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별전에서는 ‘예술과 인권’ ‘인간과 성’ ‘북한미술의 어제와 오늘’ 등 다양한 기획코너가 마련됐다.

부대행사에서는 애니메이션과 실험영화를 상영하는 ‘영상’전과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연극 ‘5월의 신부’ 패션디자이너들이 꾸미는 ‘국제미술의상전’ 등이 준비돼 있다.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 www.kwangjubiennale.org 광주비엔날레 사무소 062-521-4627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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