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된 사진작품' 유행…작가의 상상력 렌즈에 담아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6분


집 한채가 허공에 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피터 가필드의 작품 ‘움직이는 집’이다. 사진에 대한 통념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필드의 작품은 실제로 허공에 떠 있는 집을 찍은 것일까. 그렇진 않다. 이 작품은 소위 ‘만들어진’ 사진작품이다. 그렇다고 합성한 작품은 아니다. 가필드는 작은 집의 모형을 하늘로 던져 올린 뒤 이를 촬영했다. 연출된 사진이라는 뜻에서 ‘스테이지드(Staged)’ 혹은 ‘콘스트럭티드(Constructed)’ 포토그래피(Phtography)라고 불린다.

미국의 미술전문지 ‘아트 뉴스’는 최근호에서 이같은 ‘스테이지드 포토그래피’가 최근 젊은 사진작가 사이에 유행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틀 무렵의 어두운 정원 모습과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을 한 화면에 담은 그레고리 크류드슨의 ‘새벽 빛’, 우주인이 현대의 도시 속에서 찻잔을 나르는 모습을 표현한 마리코 모리의 ‘행사’ 등이 이같은 계열의 작품.

이는 작가의 상상 속에는 존재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 또는 환상의 모습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회화작품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형태라도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 사진도 있는 그대로의 대상만 찍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같은 작품들이 나타났다. 사진작가들은 영화를 찍을 때처럼 여러 가지 세트와 조명장치를 마련 한 뒤 허구적인 상황을 만들어 촬영에 임한다.

이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형성되고 있다. 4월3일까지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포토페스트(FotoFest) 2000’에 참가하는 김석중의 경우 알몸으로 유리상자안에 갇힌 인물들을 통해 현대 조직사회의 폐쇄성을 표현한 ‘뮤지엄 프로젝트’를 출품했다. 이는 작가를 포함한 모델들이 일부러 옷을 벗고 퍼포먼스를 벌이며 촬영한 것이다. ‘포토페스트 2000’에는 이외에도 배병우 박홍천 등 한국사진작가 10명이 출품한다.

계원예술조형대학 사진예술과 구본창교수는 “‘스테이지드’ 작품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나기 시작해 90년대 중반 이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비디오와 위성중계 등의 발달로 기록수단이 발달한 것도 한 원인. 구교수는 “전쟁의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상황에서 과거를 담은 정지된 사진만으로는 관객에게 어필하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작가들이 촬영대상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섰고 그 결과 허구의 영역을 표현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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