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화로 쉽게 본다

  • 입력 1999년 6월 4일 18시 52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스테판 외에 각색 그림, 정재곤 옮김 열화당 80쪽 15,000원★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소설. 주인공이자 화자인 마르셀이 흘러가버린 자신의 과거를 되찾기 위해 시간 속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문장이 난해한데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이 끝없이 중첩되고 혼재돼 있어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전문연구가도 제대로 읽기 힘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려 시도했다가 중도에 그만둔 ‘우울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대작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프랑스에서 이 소설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난해한 소설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 작업의 주인공은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영상전문가 스테판 외에. 그는 작품 전체를 열 네번이나 정독하면서 구어체 감각의 문장들을 골라내고 사진 자료를 수집하는 등 2년 동안 준비작업을 했다. 만화가는 7권으로 된 원작을 12권의 만화에 담을 예정. 1년에 한 권씩 12년에 걸쳐 모두 12권을 펴낼 계획이다. 열화당은 앞으로 프랑스와 거의 동시에 번역본을 계속 출간한다.

이 중 첫 권에 해당하는 이 책은 소설 전체의 도입부. 서두에 그 유명한 ‘마들렌느 과자’의 일화가 소개된다. 어느 추운 겨울날, 외출에서 돌아온 마르셀은 어머니가 내놓은 뜨거운 홍차를 마들렌느 과자에 적셔 마신다. 그 순간 그는 까닭없이 커다란 희열감에 휩싸이며 이 과자가 오래 전 자기가 콩브레에서 맛보았던 바로 그 맛임을 기억해낸다. 그러자 과거의 모든 기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재의 시간 속으로 홍수처럼 밀려드는 기적을 경험한다. 이를 통해 마르셀은 과거가 자기 안에 생생히 살아있음을 느끼고 바야흐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데….

만화책이지만 지문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 축약본 같은 느낌이 든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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