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중문화 개방]국내시장 「自救」 비상

  • 입력 1998년 10월 20일 19시 20분


정부가 20일 일본 영화와 일본어판 만화책과 잡지의 ‘상륙’을 허가한 것은 65년 한일(韓日) 국교정상화 이후 논란이 되어온 일본문화의 개방에 관한 최초의 ‘원칙적 개방선언’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우선 일본대중문화 개방시기를 ‘즉시 개방’과 ‘즉시 개방 이후’로 구분했다.

‘즉시 개방’ 대상인 영화 비디오 출판만화 등 세 부문은 오늘이후 수입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입허가 추천 등의 국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말경 실제 국내 시장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즉시 개방 이후’로 그 개방시기가 미뤄진 가요 애니메이션(만화영화) 음반 게임 방송 등의 개방시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일단 개방의 물꼬가 트인 만큼 이들 문화상품도 조만간 속속 개방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대중문화 전면 개방 시기에 관해 “한일문화교류공동협의회에서 다뤄질 문제지만 빠르면 1년 이내에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문화관광부는 영화의 경우 7∼10%, 이들 영화의 비디오는 15% 정도 국내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불법유입된 일본 출판만화의 국내 판매규모가 1천8백7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다 이들 3개 부문 점유율까지 보태질 경우 일본대중문화는 한국시장에서 적지않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개방선언으로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국내의 문화산업계는 이제까지의 ‘관 의존’ 태도에서 벗어나 국내시장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비상한 국면을 맞게 됐다. ‘추천과 심의’라는 보이지 않는 보호장벽에 의존하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는 개방추세에 재빨리 적응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일본대중문화개방의 ‘공’은 이제 민간에 넘겨진 셈이다. 한편 20일 개방을 선언한 문화관광부 관계자들은 앓던 이가 빠진 듯 홀가분해 하는 표정이다. 그러나 쫓기듯 개방선언을 하는 것 같다는 비판도 있다. 또 고심의 흔적은 있지만 개방에 따른 문제를 추후 구성될 민간주도의 한일문화공동협의회에 모두 떠넘기려는 태도도 정부의 준비가 부족했던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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