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계 「희대의 괴짜」 케네디가 돌아왔다. 나이젤이라는 이름은 쏙 빠졌다. 『나는 이름을 바꾸었다. 나이젤이라는 내 이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세!』
그가 팬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 「추신」으로 들어있는 말이다. 그는 이제 「나이젤 케네디」가 아니라 그냥 「케네디」다.
케네디는 올해 41세가 된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84년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으로 팬들앞에 첫선을 보였다. 그 뒤 그는 클래식 연주계 최대의 「틸 오일렌슈피겔」(전설속의 장난꾸러기)로 등장했다. 펑크 스타일의 머리에 더부룩한 수염과 남루한 옷차림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연주에도 일찍이 다른 연주자에게서 찾아보지 못했던 파격성이 뒤따랐다.
90년 발매돼 영국에서만 2백만장을 팔았던 비발디 「사계」에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뛰어들듯 극단을 달리는 템포, 칼끝같은 활긋기, 괴기스러운 장식음 처리 등 그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가 그로테스크와 신비한 아름다움 사이를 오가며 펼쳐져 있다.
그가 클래식 음악계로부터 「잠적」한 것은 92년. 지미 헨드릭스 등 팝 아티스트들과 어울리기 시작한 것. 최근 그는 자작곡 모음집인 앨범 「카프카」를 내놓기도 했다.
5년이 흘렀다. 그의 복귀는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돌연한 일이었다. 그가 새로 내놓은 음반은 데뷔음반과 동일한 엘가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자는 13년전의 핸들리(본머스 교향악단)에서 래틀(버밍엄 시티 교향악단)로 바뀌었다. 그러나 바뀐 것은 단지 협연자만이 아니다.
케네디는 새 음반에서 예전보다 기교나 특이성보다는 정감으로 승부하는 새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클라이맥스로 치솟아오르는 부분은 더욱더 굽이굽이 소리를 풀어내고, 고요한 내성으로 숨어드는 부분에서는 더욱 풍요한 「노래」를 만들어낸다. 『작곡자와 동화되면서 감정적인 순간들을 그려냈다. 악보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작품의 전체 구조를 더 중요시하게 됐다』 모처럼 철이 든 듯한 케네디의 말이다. 영화배우 개리 올드만처럼 휑한 눈빛으로 뜻모를 미소를 지으면서.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