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개원법회 金추기경 축사…법정스님 성탄메시지 약속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9시 57분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옛 대원각에서 열린 길상사 개원 법회는 불교와 천주교의 「열린 마음」과 「넓은 가슴」이 어우러진 화합의 한마당이었다. 길상사 회주 법정(法頂)스님의 초청을 받고 개원 법회에 참석한 천주교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스님과 불교신도 등 3천여명의 박수속에 길상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축사를 한 것. 이날 개원 법회에는 시주자인 김영한(金英韓·81)여사와 조계종 송월주(宋月珠)총무원장을 비롯, 관응(觀應) 석주(昔珠) 보성(菩成) 현호(玄虎)스님과 타 종교인으로 천주교 춘천교구장 장익(張益)주교와 박청수(朴淸秀)원불교교무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김추기경은 주일 미사 때문에 개원법회 도중 법당에 들어섰다. 법정스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추기경을 반갑게 맞은 뒤 나란히 앉아 손을 맞잡고 다정한인사를나눴고추기경은 합장으로 예를 표시했다. 축사 차례가 되자 김추기경은 불단으로 나가 『목감기가 들었다』고 양해를 구한 뒤 『평소 존경해 마지 않던 법정스님에게서 초대를 받고 이 뜻깊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인사했다. 김추기경은 『이처럼 아름다운 사찰이 도심 한가운데에 들어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길상사가 맑음과 평안의 향기가 솟아나는 샘터로서 모든 이에게 영혼의 쉼터와 같은 도량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추기경님과 멀리 춘천에서 와주신 장익주교님께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한 뒤 『시주자의 귀한 뜻을 받들어 길상사를 맑고 향기로우면서도 가난한 절로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공식행사가 끝난 뒤 길상사내 선원(禪院)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김추기경은 법정스님에게 『산중에서 무소유의 마음으로 살고 계신 스님의 삶을 평소 동경해 왔다』면서 『나도 동경은 하지만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법정스님은 김추기경의 이날 방문에 대한 답례로 올해 성탄절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평화신문에 기고하겠다고 약속했다. 1천억원대의 대원각을 아무런 조건없이 시주한 김영한여사는 『팔십평생 죄만 짓고 살았는데 이처럼 대원각에 절이 들어서는 것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오명철·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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