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옥 새 음반「꿈」,긴호흡으로 완급 조절

  • 입력 1997년 12월 2일 08시 43분


미국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주역가수인 소프라노 신영옥씨가 세번째 음반을 내놓았다. 제목은 「꿈」. 『제 음성의 특징이 잔잔하고 차분한 꿈과 사랑을 표현하는데 알맞다고 생각해요』 신씨는 『대중적인 곡목들은 아니지만 몇번 들으면 저절로 콧노래로 따라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선율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수록된 작품은 헨델 「리날도」중 「울게 하소서」, 포레 「꿈 꾼 후에」, 라흐마니노프 「꿈」 등. 첫곡 「울게 하소서」의 볼륨을 올려본다. 잔잔한 피아노의 전주와 레치타티보(朗唱)가 귀를 감싸고, 곧 3박자의 느릿한 「폴리아」풍 주제가 들려온다. 『울게 하소서, 잔인한 운명…』 지금까지 듣던 어느 「울게 하소서」보다 느릿하다. 다음곡도, 뒤쪽에 실린 프랑스 가곡들도 마찬가지다. 『연주속도에 있어서는 반주자(워렌 존스)와 마음이 잘 맞았어요. 「충분히 호흡하자. 끝까지 생각해가면서 숨을 맞추자」라는 것이었죠. 둘다 급하지 않은 성격이기 때문에…』 그러나 「성격」탓으로 돌린 느릿한 연주속도는 이 음반의 최대 전략이자 성과다. 자칫 무너질 듯한 한음 한음을 쌓아올리는 동안 느릿한 템포는 터질듯한 긴장감을, 나아가 안도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소리결에 실린 노래의 세공(細工)이 티끌 하나 없이 완벽하다. 신씨에게서 온몸의 힘을 쥐어짜내는 듯한 포르테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노래결이 주는 인상에도 맞지 않는다. 이를 잘 아는 그는 대신 긴 호흡의 밀고 당김을 통해서 극적인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방법을 정밀하게 터득해내고 있다. 신씨는 5일부터 16일까지 전국순회 콘서트를 연다. 음반에 담긴 주요곡목 외에 「라르고」로 알려진 헨델의 「나무 그늘 아래」 등을 노래한다. 서울연주는 8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02―3458―1234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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