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心 울리는 불황…연등신청 예년의 20% 불과

  • 입력 1997년 5월 3일 21시 42분


스산한 경기는 산사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올해 사찰 앞길은 여느해보다 어둑하다.

휘황한 연등으로 온통 산을 밝히던 것도 옛얘기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계의 최대 행사이자 시주금의 대목. 그러나 부처님 오신 날을 열흘 남짓 앞둔 불교계는 연등 신청과 시주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울상이다.

서울 조계사나 경주 불국사 등 대도시와 근교의 유명사찰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나 지방 사찰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설악산 신흥사, 오대산 월정사 등 강원도 일대 사찰들은 지난해 가을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발생한 이래 발길마저 뜸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보다는 덜하지만 충북 속리산 법주사, 경북 영천 은해사, 전북 김제 금산사, 전남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등 조계종의 교구 본사급 사찰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천 은해사의 경우 예년 같으면 접수된 연등이 1천여개에 가까웠으나 올해는 2백여개만이 경내에 걸려 있고 장성 백양사도 5백여개가 걸려야 할 시점에 1백여개만 접수된 상태다.

사찰 대웅전에 설치된 불전함에도 썰렁한 바람은 마찬가지여서 스님들도 불황을 실감하고 있다.

불교계의 한 관계자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신자들이 주머니 사정으로 지방나들이를 자제함에 따라 지방사찰을 찾는 신도가 줄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경제불황으로 불자들의 신심까지 움츠러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개신교 천주교 등 다른 종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24일부터 4월15일까지 부활절을 전후해서 북한동포돕기 모금운동을 펼쳐온 기독교연합예배위원회(위원장 김준규목사)의 총모금액이 2백만원에 불과한 것도 불황의 영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교구 소속 교회중 헌금이 20% 정도 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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