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시니 오페라 「결혼청구서」 8일 무대에

  • 입력 1997년 4월 2일 15시 14분


【유윤종 기자】 부유한 상인 밀에게는 예쁜 딸 판니가 있다. 어느날 신대륙 아메리카에서 날아온 편지 한 통. 노총각인 부호 슬룩이 신부감을 주문한다는 것이다. 단 못생겼거나 다른 애인이 있으면 무효. 밀은 판니를 위해 이만한 사윗감도 없다고 여기고 즉시 계약서를 꾸미는데…. 열아홉살 로시니의 처녀작 오페라 「결혼청구서」가 무대에 오른다. 오디션을 통해 주역을 선발하고 무용 연기 등 연수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리는 국립오페라단(단장 박수길)의 「오페라 스튜디오」 세번째 공연. 스태프와 출연진 전원이 20대와 30대 초반으로 보기 드물게 젊은 무대가 됐다. 『관객에 대한 서비스가 가장 우선이죠. 실컷 웃고 즐겨주세요』 연출자 이소영씨의 말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가사 번역 문제. 우리말 가사로 공연되기 때문에 직역을 피하면서 뜻을 잘 전달하는데 모두가 머리를 맞댔다. 이 결과 「짜증은 정말 짜증나」 등 원작자도 무릎을 칠만한 명역(名譯)이 75분을 수놓게 됐다. 처녀작이지만 로시니의 특질인 재치있는 리듬,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화음진행 역시 듣는 사람을 유쾌한 희극세계로 초대한다. 『19세기 작품이지만 결혼이나 사랑이 상품화된 오늘날에도 눈여겨볼 이야기가 아닐까요』 밀 역을 맡은 권용만씨의 말. 그래서 무대는 최대한 시대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한편 막이 내릴 때는 극의 시점이 현대에 맞춰지도록 꾸몄다고 연출자 이씨는 말했다. 『구체적인 장면은 막오를 때까지는 비밀이에요』 이씨는 소도구와 인물의 무대이동을 최대한 활용해 대사와 딱 맞아 떨어지는 묘미를 선사하겠다고 설명했다. 「결혼청구서」는 8일부터 13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일요일 오후4시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판니역에 이효진 이정아 최윤정, 밀역에 권용만 심인성, 슬룩역에 박용민 김문섭, 판니의 숨은 연인 에도아르도에 김정권 김정훈이 출연한다. 장윤성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02―271―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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