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는 이날 진상 규명을 위해 이원형(李源炯)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6명이 요청한 증인 6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이태복(李泰馥) 전 장관과 이경호(李京浩) 차관, 심한섭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부회장, 김정수 한국제약협회장 등 4명만 요청했다가 자체 회의를 통해 김원길(金元吉) 전 장관과 신영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추가했다.
이 의원은 “김 전 장관은 재임시 ‘통상압력 때문에 참조가격제 시행이 불투명하다’고 말했고, 신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그런 통상압력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어 증인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증인채택 협의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만둔 김 전 장관까지 부를 필요가 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긴 했으나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2명만 참석해 수적으로도 증인채택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돈 에번스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해 7월 김원길 전 장관에게 ‘한국의 약가제도가 적절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무역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 편지를 보내자 복지부가 굴복해 작년 8월1일부터 시행하려던 참조가격제를 유보했다”며 ‘미국 압력설’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시균(朴是均) 의원은 “이 전 장관이 고가 오리지널 약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참조가격제를 추진하자 다국적 제약업체는 사활을 건 막후 로비를 했을 것이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외국 정부와 다국적 업계의 로비 때문에 장관이 경질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자존이 걸린 문제로서 용납할 수 없다”며 “미국 요청에 따라 약가산정 기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실무그룹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성순(金聖順) 의원은 “이 전 장관이 제약업계 외압설을 주장한 참뜻은 건강보험 재정안정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보험약제제도의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달라는 충정이다”며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의 로비는 흔한 일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했다.
김명섭(金明燮) 의원도 “세상에 어떤 정부가 외국 정부와 외국 업체의 로비를 받고 장관을 경질하겠느냐”고 반박했다.
김성호(金成豪) 복지부장관은 답변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로비 압력에 의해 장관을 경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현재 약가에는 상당한 절감요인이 있기 때문에 한 달 내에 참조가격제 시안을 확정해 국회에 보고한 후 시민단체와 의약사협회 등의 공감을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김홍신 의원이 공개한 미 정부의 보험약가 관련 압력행사 일지 | ||
시기 | 내용 | 관련 보건복지부 조치 |
2001.5.27 | 필립 애그레스 미 상무부 부차관보 대행, 한국의 참조가격제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보건복지부 방문 희망하는 공문 발송. | 8월1일부터 참조가격제 실시 발표.(2000.5.31) |
6.12 | 미 통상대표단, 한미통상 정례점검회의에서 참조가격제의 기준약가 결정 전 미국에 의견개진기회를 제공하라고 요청. | |
7.2 | 돈 에번스 미 상무장관,김원길 복지부장관에게 편지보내 “한국의약가제도 문제가 적절히 해결 안되면 심각한 무역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 | -8월1일 참조가격제 시행 못함.-김원길 장관은 “통상마찰고려해 당분간 유보한다”고 밝힘.(2000.9.5) |
2002.1.22 | 존 헌츠먼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한미통상협의에서 “한국의 참조가격제가 미국에불리할 수 있으니 기준약가 결정전 미국 의견을고려해달라”고 요청. | 이태복 대통령복지노동수석,보건복지부 장관에 취임.(2002.1.29) |
3.11 |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대사, 이태복 장관과의면담에서 약가산정 기준 등 논의 위한 국내외 제약업체의 워킹그룹 구성 요청.-에번스 장관, 3∼4월경 외교부에도 무역분쟁 경고 서한 보냄. | -워킹그룹 결성해 1, 2차례회의 가짐.-백지화됐던 참조가격제부활 결정, 약가재평가제도실시.(2002.4.10) |
6.11 | 헌츠먼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 이태복 장관을 면담해 약가기준 설정 및 결정과정에 외국업체참여가 가능토록 요청. | -이 장관, 헌츠먼 부대표요청 거절.-이 장관 퇴임(2002.7.11) |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