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올봄 새아파트 트렌드 "눈을 즐겁게... 삶을 편하게..."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8분


겨우내 움츠리며 때를 기다리던 새 아파트들이 봄을 맞아 한껏 치장을 하고 환한 햇살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높아만 가는 소비자의 ‘눈’을 잡아끌기 위해 올해도 주택건설업체들은새로운 유행을 창조해내고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보다 살기 편하고,눈이 즐거운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

올 봄 새 아파트의 경향을 살펴본다.

탁트인 시야.. 눈 아래 공원은 나의 정원

▽‘조망권’이 최우선〓집 안에서 강이나 산, 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아파트가 갈수록 인기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분당신도시 77개 아파트단지를 조사,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조사한 결과 공원을 바라볼 수 있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평균 6.3%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조망권이 훌륭한 땅을 확보한 업체들은 아파트 이름부터 이를 강조하는 쪽으로 판촉전략을 편다.

24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일산신도시 풍동지구 ‘SK 뷰(view)’는 단지내 3000평 규모의 공원 조망권을 앞세워 아파트명을 지었다. 일(一)자형으로 배치한 아파트 각 동(棟)의 높이를 앞쪽은 낮게, 뒤쪽은 높게 해서 최대한 조망권을 확보했다.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river)’, SK건설과 포스코개발이 공동으로 짓는 ‘파크뷰’, LG건설 ‘한강빌리지’, 삼성 ‘리버스위트’ 등도 모두 조망권을 내세운 이름들. 현대산업개발은 아예 자사 아파트 브랜드를 ‘I파크(park)’로 정했다.

서울 삼성동에 21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플래티넘’을 짓는 쌍용건설은 최근 분양설명회를 현장부근 뉴월드호텔 14층에서 가졌다. 이 아파트 고층에서 단지주변 7만3000평 삼릉공원이 잘 보인다는 점을 직접 체험하도록 한 것.

방마다 발코니 날마다 햇살 가득

▽다양한 설계〓서울 구로동 LG아파트 38평형은 그동안 50∼60평형 이상에서나 볼 수 있었던 ‘4베이’ 구조. 발코니에 접한 방(거실 포함)이 4개로 그만큼 햇빛과 바람이 잘 든다. 대림산업은 아파트 동의 구조를 십자형(+)으로 설계해 한 층에 4가구가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한 가구가 3면의 발코니를 확보할 수 있어 서비스면적이 기존의 평면보다 20% 가량 늘어난다. 올해부터 도심지 재개발 재건축지구와 한강 남산 등 조망권 유망지역에 활용할 예정.

현대산업개발도 4가구가 한 출입구를 쓸 수 있도록 둥글게 배치한 ‘타워형 아파트’를 개발했다. 평평한 모양의 기존 ‘판상형’에 비해 4가구 모두 3면이 트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밖에 삼성물산주택부문은 자녀와 함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가족 사이버공간형’ 평면을 만들어냈고, 대우건설은 주방의 자투리공간을 활용해 입주자들이 취향에 맞게 내부를 고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평면’을 선보일 계획이다.

초고속 통신망 무인경비.. 없으면 '이상'

▽첨단 기능〓철저한 소비자 수요조사로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하는 아파트들이 눈에 띈다.

먼저 ‘회전망장’이 있다. ‘ㄱ’자로 꺾인 주방 아래쪽 수납장의 맨 안쪽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수납장 문을 열면 저절로 따라나오게 만드는 것. 붙박이장도 셔츠에 구김이 가지 않도록 하나씩 보관할 수 있는 서랍장을 포함시키는 추세다.

소형 아파트의 신발장을 널찍하게 만드는 것도 유행. 그동안 소형 평형은 신발장이 턱없이 적어 현관에 여러 켤레의 신발을 방치하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평형에 관계없이 60켤레는 담을 만한 크기의 신발장을 제공한다. 대신 대형평형은 현관에 골프백 등을 넣을 수 있는 별도의 수납장을 마련해준다.

주부의 동선(動線)을 배려해 주방 구조를 ‘ㄷ’자로 만든 30평형대 아파트도 나왔다. 초고속 정보통신, 자동환기시스템, 정수시스템, 무인경비시스템, 현관 디지털도어록 등은 이제 웬만한 아파트에서는 다 찾아볼 수 있는 ‘기본’이 됐다.

갤러리풍 거실에 깔끔한 '미니멀리즘 가구'

▽최신 인테리어〓가구 등 내부 색상은 작년 초까지 주류를 이뤘던 붉은 빛 체리색이 퇴조했다. 대신 흰색 또는 밝은 우드톤의 아이보리색에 초콜릿빛 계통 월넛(호두나무)으로 포인트를 주는 곳이 많다.

화려하긴 하지만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는 체리색을 깔끔하고 밝은 컬러가 대체하는 경향. 업체에 따라서는 밝은 메이플(단풍나무) 또는 오크(참나무)색을 하얗게 탈색해 쓰는 곳도 있다. 벽지 등 섬유성 마감재의 색상은 초록 빨강 노랑 등 강렬한 원색이 유행이다.

가구는 현란한 장식을 떼어내고 최대한 절제미를 강조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득세하고 있다. 가구 손잡이나 문 가장자리에 알루미늄이나 유리소재를 쓰는 것도 특징. 경쾌하고 하이테크한 분위기를 낸다.

단순미와 절제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미닫이문을 다는 등 집안 분위기를 동양적으로 만든 ‘선(禪) 스타일’로 꾸미는 것도 유행이다. 고급 주택은 흰 벽을 바탕으로 세련되고 깔끔한 ‘갤러리풍’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향이 있다. 집안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는 그림들과 판화 포스터, 사진 등을 적극 이용한다. 인테리어 유행이 미니멀리즘인 만큼 공간적 여유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점을 내걸지 않는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