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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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기존 재직자의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어제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개 공기업의 ‘정규직 전환 관리 실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5곳의 2017년 이후 정규직 전환자(3048명) 중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비율은 10.9%에 달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고용세습’의 통로로 활용됐다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서울교통공사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했다. 서울시는 2016년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를 당한 청년의 죽음 이후 승강장 안전관리 위탁업체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고용하기로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를 미리 인지한 서울교통공사(구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이 위탁업체 이사와 노조위원장에게 친·인척 15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도록 청탁했다고 한다. 이들 중 14명은 지난해 3월 서울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편승해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이 됐다. 정규직의 꿈을 품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뎌냈던 20대 비정규직 청년의 비극적인 죽음이 ‘친·인척 스펙’을 가진 일부의 채용으로 귀결된 것이다. 또 구 도시철도공사는 재직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 45명을 면접 등 약식 절차만 거쳐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했는데 이들도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됐다.

지난해 10월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감사원 감사를 자청했던 서울시는 어제 “친·인척 채용 비리는 없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위법인지 아닌지는 감사원이 검찰 수사를 요청한 만큼 차분히 기다리면 밝혀질 것이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청년의 고용 안정을 위한 구의역 사고대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데 대해 자성부터 해야 한다. 정규직 아니면 노동시장 진입조차 어려운 청년들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좌절했다.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청년들과 탈락한 취업준비생들이 역차별이라고 분노하는 데 대해 서울시는 뭐라 답할 것인가.

▼ [반론보도] “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관련 ▼

본지는 10월 1일자 오피니언 A31면 “정규직 전환 10%가 ‘친·인척 스펙’, 깊어지는 청년 좌절”, 종합 A8면 “112명이라더니…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192명” 기사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근거해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과정의 문제점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기사에 언급된 15명 중 청탁을 통해 위탁업체에 입사한 사실이 확인된 건은 2명이며, 직원 추천 입직자 45명의 정규직 전환과정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정규직 전환#고용세습#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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