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 모습.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인공설로 경기를 치렀다. 동아일보DB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겨울올림픽 때마다 눈 확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도 마찬가지다. 이번 올림픽은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코르티나)에서 분산 개최된다.
코르티나가 개최지로 선정된 된 배경에는 이곳이 자연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점도 작용했다. 코르티나는 1956년에도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맥에 인접해 있기에 상대적으로 눈 걱정을 덜 할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충분한 눈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경기 전 가장 예민한 이슈 중 하나다. 프리스타일 스키 경기가 열리는 코르티나의 리비뇨 경기장은 이번 겨울에 예상보다 눈이 적게 내려 자연설이 부족해지자 인공설을 투입해 경기장 시설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제설과 관련된 기술 및 재정적 문제가 생겼고 경기장 완공이 늦어지리라는 우려를 낳았다. 현재는 차질 없이 마무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회 직전까지 여러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눈이 풍부한 지역인 이곳에서도 인공설이 없으면 대회를 안심하고 치를 수 없다. 대회 주최 측은 이번 겨울올림픽의 안정적 경기 운영을 위해 최대 240만 ㎥의 인공설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필요한 물의 양은 94만8000㎥다.
눈 부족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겨울올림픽은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이다. 당시 스키 등 설상 종목이 열렸던 베이징 북서쪽 장자커우 지역은 연평균 겨울 강수량이 7.9mm에 불과한 건조한 곳이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눈을 채우기 위해 주최 측은 모든 설상경기장의 눈을 100% 인공눈으로 채웠다. 겨울올림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인근 저수지 등에서 200만 ㎥의 물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약 800개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물 1㎥가 2.5㎥의 인공눈을 만들 수 있다고 추산하면 인공눈 500만 ㎥를 투입한 셈이다. 물 부족 지역에서 1억 명이 하루 동안 식수로 쓸 수 있는 양을 경기장에 투입했고, 인근의 물을 대거 끌어다 쓰면서 물 부족 사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환경론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겨울올림픽 눈 부족 사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는 대회 중 이상 고온으로 경기장의 눈이 녹는 사태가 발생했고 주최 측은 부랴부랴 인근 산간 고지대에서 수백 대의 트럭과 헬리콥터로 눈을 퍼 날랐다. 대회 기간 기온 6∼10도로 역대 가장 따듯한 곳에서 열렸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는 눈 부족에 대비해 겨울 동안 내린 눈 45만 ㎥를 7개의 대형 특수 저장고에 넣어 두고 꺼내 쓰도록 했다.
눈 부족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1920∼1950년대 겨울올림픽 개최지의 평균 2월 기온은 0.5도 안팎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개최지 평균 2월 기온은 7.8도로 올랐다.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내리지 않거나 눈 대신 비가 내렸다. 겨울올림픽 때 인공눈 사용 비중은 2014 소치 올림픽 80%, 2018 평창 올림픽 90%, 2022 베이징 올림픽 100%로 높아졌다.
높아진 인공눈 사용비중은 이에 따른 비용증가를 가져왔다.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 쓴 인공눈 관련 비용만 2조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과도한 비중은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올림픽을 치를 때마다 막대한 경기장 및 시설 비용이 문제가 돼 왔다. 겨울올림픽은 여기에 인공눈 제조 비용까지 더해지고 있다. 요한 엘리아슈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회장은 최근 올림픽 눈 부족과 관련해 “미래에는 눈을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는 고지대를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증된 소수의 지역에서만 번갈아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도시에서 올림픽을 열 때마다 드는 시설 건립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주장은 올림픽 독점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갈수록 커지는 올림픽 비용 증대에 따른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눈과 얼음의 축제’로 불렸던 겨울올림픽이지만 이제 그 ‘눈’은 갈수록 구하기 어려워지고 자연은 인간들에게 그 축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대규모 인류 행사에 내미는 환경 파괴 경고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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