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동났다”…‘위약금 면제’ KT 21만명 번호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2일 00시 30분


해킹 보상 열흘새 SKT 이탈규모 넘어
70만원대 지원금 걸고 고객 유치전
보조금 경쟁 과열, 보안관리는 뒷전
방미통위 “비방 허위 과장 여부 주시”

“지금 SK텔레콤 ‘갤럭시 S25’ 재고는 없습니다. 재고 도착하면 택배로 보내드릴게요.”

이달 13일까지인 KT 위약금 면제 기간의 마지막 주말인 10일, 경기 파주시의 한 통신사 대리점은 통신사를 바꾸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틈 없이 북적였다. 이동통신 3사 개통이 모두 다 가능한 이 대리점에 모인 손님 대부분은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기기를 이동하려고 하는 이들이었다. 이날 통신사를 옮긴 A 씨(67)는 “KT를 10년간 사용했는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변경하려고 왔다”며 “지금 바꾸면 최신 스마트폰도 돈을 받고 개통할 수 있다고 해서 갈아탔다”고 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 규모가 21만6203명으로 집계됐다. 10일 하루에만 총 번호 이동 수는 6만3651건으로 KT를 이탈한 가입자 수는 3만3305명에 달했다. 이 중 2만2193명은 SK텔레콤으로, 8077명은 LG유플러스, 3035명은 알뜰폰으로 이동했다. KT 위약금 면제는 13일까지로 막판 이탈 수요가 더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KT발 번호이동 규모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열흘간 진행했던 위약금 면제 기간 당시 이동한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당시 SK텔레콤에서 타 통신사로 옮겨간 사용자는 16만6000여 명 규모였다. 업계 관계자는 “그때보다 지금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이 더 치열하고, 사용자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며 단말금 지원금 상한이 사라지자 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공시지원금을 70만 원대까지 높이는 등 파격적인 지원금을 제시하며 고객을 유치하자 KT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조금을 올리며 맞대응을 하고 있다. 서로 보안에 취약하다고 경쟁사를 비방하는 마케팅도 출현했다. 한 대리점은 ‘다털린 OO 못 써!’라는 문구를 붙여 놓는가 하면 또 다른 대리점은 자사 보안이 최고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통신사 간 고객 유치 활동이 과열되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이달 7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섰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통신사 간 과도한 비방이나 허위, 과장 광고로 이용자를 속이는 경우가 없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잇단 보안사고로 ‘번호이동 행렬’이 재현되는 것을 두고, 통신사뿐 아니라 보안 관리를 부실하게 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SK텔레콤 사태가 터진 뒤 통신 3사가 모두 보안 문제로 도마에 올랐지만, 초기 대응이나 보안 관리의 책임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야단만 쳤지 예방하는 작업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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