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생각의 시간’이 아이의 마음을 키웁니다[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234〉 가족이 안정을 찾는 방법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가끔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네가 이런저런 좋은 점도 있지만, 인간이 완벽하지는 않잖아. 너는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할까?” 신기하게도 10명 중 3명은 “고칠 게 없다”고 답한다.

“네가 나쁘다거나 뭘 잘못했다는 얘기가 아니야. 돌아보면 인간은 늘 부정적인 면도 있고, 미숙한 점도 있어. 박사님도 마찬가지야. 그런 점을 한발 물러서서 볼 줄 알아야 성장할 수 있거든.” 이렇게 부연 설명을 해도 “글쎄요, 모르겠어요” 내지는 “저는 그런 것 없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은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을 성찰할 줄 모르면 ‘나는 항상 옳고 상대방은 항상 틀리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올해는 하루 10분, 가족이 함께하는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하고, 반성하고, 칭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가족이 돌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 감사할 일, 스스로 반성할 일과 칭찬할 일을 하나씩 말해 보자. 저녁 식사 이후 후식을 먹으면서 잠깐 눈을 감고 엄마, 아빠부터 시작해 본다. “우리 가족이 저녁을 맛있게 먹어줘서 감사합니다.” “좋게 말했어야 했는데, 소리 질러서 미안합니다. 앞으로 좋게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귀찮지만 운동을 한 나를 칭찬합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기 전에 해도 좋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자기 성찰 능력을 기르는 것은 물론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생각의 시간’을 갖는 다른 방법도 있다. 가족이 함께 하루 10분 정도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는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다. 생각하는 습관도 늘릴 수 있다. 이 외에도 눈을 감고 음악 듣기, 마음속으로 감사나 반성의 말 하기, 앉아서 눈을 감고 5분 정도 깊게 심호흡 하기 등을 추천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다.

심심하고 조용한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참고 견디는 능력이 길러진다. 정서적인 감내력도 강해진다. 정서적인 감내력이 강해지면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조금 수월해진다. 사실 앞에 열거한 방법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이런 시간을 갖는다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하루 5분도 괜찮다. 올해는 우리 가족만의 ‘생각의 시간’을 꼭 가져보길 바란다.

이쯤에서 아빠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물론 이 이야기가 엄마들에게 전혀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아이에게 ‘내가 다 아니까, 내가 다 옳으니까 내 말대로 해. 너 그렇게 살면 안 돼’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하자. 이런 말을 들으면 아이들은 부모가 거만하게 느껴진다. 자신을 경멸한다고 여긴다. 중요한 것일수록 다 안다는 식보다 부모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말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의논하는 느낌이 들고, 조언하는 것 같다.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면 “사실 나도 너만 할 때 공부를 잘 안 했어. 이해해. 공부가 사실 좀 재미없잖니? 그런데 솔직히 아빠는 이러이러한 것들 때문에 지금 그게 굉장히 후회스러워. 다시 돌아간다면 잘할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한번 해보고 싶어. 아빠는 아빠가 사랑하는 OO이가 아빠와 비슷한 후회를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엄마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시 아빠 중에도 해당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올해는 짜증을 조금만 줄여보자.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 그 짜증이 아이에게 건너가면 징징거리고 매달리고 떼쓰는 아이로 되돌아온다. 육아가 더 힘들어진다.

짜증에는 엄청난 감정이 실려 있다. 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할 수 없다. 내용도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짜증은 마음의 불편함이다. 짜증이 날 때는 “아, 불편해”라고 말하려고 노력했으면 한다. “아, 짜증나”와 “아, 불편해”는 주체가 다르다. 전자는 ‘왜 나를 불편하게 만들어’이다. 주체가 ‘나’가 아니다. 후자는 ‘내가 뭔가 잘 안 되네. 불편하네’다. 주체가 ‘나’다. 언제나 삶의 주인은 ‘나’여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 자극은 내가 통제할 수 없다. 나는 나를 바라보고, 내가 나를 조절하고, 내가 나의 안정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올해는 아이들과 부모가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은 좀 더 편안하기를, 가족과 함께여서 좀 더 행복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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