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21분께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한 거리에서 행인이 간판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의정부 지역은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2026.1.10 독자 제공
지난 주말 한반도에 불어닥친 ‘태풍급 강풍’은 이달 초부터 한반도 상공에 자리잡은 강한 대륙성 고기압이 저기압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통상 겨울에는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국내에 주기적으로 찬 바람을 불어 넣는데, 여기에 눈비를 포함한 저기압이 강하게 부딪히며 순간풍속 시속 100km 안팎의 괴물 강풍을 만들었다. 기상청은 10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특보를 발효했다. 기압계가 바뀌며 바람이 많이 부는 봄철이 아닌 겨울철에 이례적으로 전국적 강풍특보를 내린 것이다. 13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순간풍속 시속 55㎞의 강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 한겨울에 ‘태풍급 바람’
10일 오후 1시 34분 서울 마포구에서는 순간풍속 시속 77.4km의 강풍이 관측됐다. 해안가나 도서 지역이 아닌 도심에서도 소형 태풍 수준의 바람이 불었다. 기상청은 여름철 태풍을 분류할 때 최대 풍속 초속 17m 이상의 열대 저기압을 태풍으로 본다. 풍속만 따지면 시속 약 61km 이상은 ‘태풍급 바람’인 것이다.
이날 경기 광명에도 오후 한때 순간풍속 시속 90.4km, 강원 삼척에도 89.6km의 강풍이 불었다. 눈이 가장 많이 쌓였던 전남 무안에는 시속 65.5km, 강풍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에도 시속 57.6km의 강풍이 기록됐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북쪽에서 영하 40도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폭설과 함께 강풍, 한파까지 나타나는 복합적인 위험 기상이 동반됐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서울=뉴시스순간풍속 시속 70km의 바람이 불 때 보행자는 몸이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고 모자와 안경 등이 날아가기도 한다. 우산이 뒤집히거나 간판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바람이 시속 100km로 불면 똑바로 서 있기가 어려워지고 자동차를 운전하며 고속도로나 다리 위를 달릴 때 차선을 이탈할 위험도 있다.
전국에 불던 강풍은 11일까지 이어지다 한풀 꺾였지만 강풍특보가 발효된 해안가와 강원 및 경북 산지, 제주도에는 12일 새벽까지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70km 이상으로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보인다.
● 주말 강풍과 폭설로 9명 숨져
전국 곳곳에선 강풍과 폭설로 인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10일 오후 2시 21분경 의정부시 호원동에서 강풍으로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간판이 떨어져 행인이 머리를 다쳐 숨졌다. 사고 당시 풍속은 초속 9m에 달했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마을회관 인근에서는 눈을 치우던 트랙터가 넘어지면서 운전하던 주민이 트랙터에 깔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경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건물에서도 강풍으로 철골 구조물이 떨어지고 유리 외벽이 산산조각 나 행인이 이마와 팔 등을 다쳤다. 인천 계양구 박촌동 주택에선 강풍으로 외벽 마감재가 떨어져 건물 옆에 주차한 차량 2대가 파손됐고, 경북 포항시 기계면에서는 정자가 쓰러져 30대 남성이 오른쪽 다리를 다쳤다.
전남에선 눈과 바람 등으로 32개 항로 선박 37척의 운행이 중단됐다. 무등산, 월출산, 지리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등도 통제됐고, 고흥군에선 많은 눈으로 일부 버스노선 운행이 중단됐다. 제주에서는 초속 12m의 강풍이 불어 항공편이 지연됐고, 폭설로 비자림로 등 주요 산간도로가 통제됐다.
12일 북쪽에서 재차 찬 공기가 내려오며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4도~영하 3도, 낮 최고기온은 0~10도로 예보됐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영하 5도로 낮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륙을 중심으로 발효 중인 한파특보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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