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지만, 주말 조기축구서 25분 4경기도 가뿐”[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집안 형편 때문에 선수 꿈을 접었다. 시골이다 보니 사실상 축구는 사치였다.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여유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다시 축구로 눈을 돌리게 됐다. 장창엽 석영운수 대표(60)는 2000년 1월부터 주말 조기축구 동호회에서 공을 차기 시작해 27년째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장창엽 석영운수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축구장에서 공을 들고 엄지척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를 하다가 그만둔 장 대표는 2000년부터 생활축구에 발을 디뎌 27년째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장창엽 석영운수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축구장에서 공을 들고 엄지척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축구선수를 하다가 그만둔 장 대표는 2000년부터 생활축구에 발을 디뎌 27년째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며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원래 등산을 좋아했는데 다시 축구 본능이 깨어났습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서 활동하는 동호회에 가입해 공을 차기 시작했죠. 그러다 2003년 동대문구로 옮겼어요. 딸아이가 이사 가자고 하기도 했고, 좀 더 체계를 갖춘 클럽에서 공을 차고 싶었습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등으로 당시 축구 인기가 치솟고 있을 때였다. 생활 축구도 그 붐을 타고 있었다. 장 대표는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활동하는 ‘푸른회축구회’에 가입했다. 푸른회축구회는 1976년 9월 창단돼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조기축구의 전통 명문이다. 그는 “마음도 푸르게, 축구도 푸르게, 축구를 사랑하는 순수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고 설명했다. 현재 1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매 주말 상대팀을 정해 홈이나 어웨이 경기를 한다.

장창엽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푸른회축구회 회원으로 대회에 출전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장창엽 대표 제공
장창엽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푸른회축구회 회원으로 대회에 출전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장창엽 대표 제공
“초창기에는 주말마다 회원들과 공을 차면서 마치 제가 박지성이나 이영표가 된 기분이 들었죠. 비록 우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마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이랑 똑같습니다. 골 넣으면 모두가 환호하고, 골 먹으면 침울해지고…. 승패에 희비가 엇갈리죠. 하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즐겁게 공 찬 뒤 회원들과 어울리며 막걸리 한잔 기울이는 재미도 쏠쏠하죠.”

이른바 ‘선출(선수 출신)’로 동대문구에서 잘 나갔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선수 출신 특유의 감각과 순발력이 몸에 배어 있어 녹색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선수 시절에는 오른쪽 윙포워드였고, 성인이 돼 공을 찰 땐 최전방 공격수를 했다. 지금은 수비도 보고, 골키퍼로 활약할 때도 있다. 생활 체육 축구 전국대회에서 골키퍼 상을 받을 만큼 실력도 수준급이다. 30대, 40대, 50대를 거치며 동대문구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도 차지했다.

장창엽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푸른회축구회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구축구협회 대회에서 우승한 뒤 회원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장창엽 대표 제공
장창엽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푸른회축구회 소속으로 서울 동대문구축구협회 대회에서 우승한 뒤 회원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장창엽 대표 제공
축구와 등산을 병행했는데 어느 순간 산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 이사 및 운수업을 하다 보니 주중엔 시간을 낼 수 없어 주말에만 축구나 등산을 해야 했다. 토요일, 일요일 모두 공을 차니 자연스럽게 산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한때 사업상 골프도 쳤는데 요즘엔 중요한 일정 아니면 채도 잡지 않는다.

한창 활발하게 뛰던 시절에는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공을 찼다. 요즘은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는 동대문구 대표팀에서, 일요일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는 푸른회축구회에서 공 차고 있다. 장 대표는 지금도 주말 경기에서 25분씩 4쿼터를 뛸 정도로 탄탄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장창엽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축구장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장창엽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축구장에서 공을 드리블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주말에만 공을 차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2022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말 전사(Weekend Warrior·격렬한 운동을 주말에 몰아서 하는 사람)’도 국제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따른다면 건강을 유지하며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WHO는 주당 75~150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이나 150~30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영이나 달리기, 에어로빅댄스, 시속 16km이상 자전거 타기를 말한다. 심박수로 따지면 분당 142박동 이상의 운동이다. 축구도 대표적인 격렬한 스포츠다. 장 대표의 경우 매주 25분 경기를 4경기 이상을 소화하기 때문에 준비운동부터 따지면 WHO기준에 부합하는 운동량이다. 축구는 공을 따라 전력 질주도 반복하기 때문에 고강도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장창엽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푸른회축구회에서 회원들과 회식하고 있는 모습. 장창엽 대표 제공
장창엽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푸른회축구회에서 회원들과 회식하고 있는 모습. 장창엽 대표 제공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7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축구는 공격과 수비로 나눠 공을 따라 천천히 달리기도 하고, 전력 질주를 하기도 한다. 성인 엘리트 선수는 전후반 45분씩 플레이 하지만, 동호인들은 25분 씩 3~5경기를 뛴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엘리트 운동선수의 지구력 강화를 위해 활용되는 훈련이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경우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90%로 달리고 조깅해 돌아와 다시 달리는 횟수를 20회 정도 한다. 엄청난 강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축구 미니게임으로 인터벌트레이닝을 하기도 했다. 5대5, 7대7 등 미니 게임을 하며 5~7분 쉬지 않고 플레이를 하게 한 뒤 휴식을 주는 방식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불안전 휴식이 아니었지만 이는 한국 선수들의 체력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창엽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축구장에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장창엽 대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천공원 축구장에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스포츠 천국’ 미국 헬스랭킹에 따르면 WHO 기준에 맞게 운동하는 사람은 23%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엔 주말만 등산하는 사람과 축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직장인들의 경우 매일 운동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주말을 활용에 산에 오르거나 축구를 한다. 등산은 한번 하면 1, 2시간에 끝나지 않는다. 보통 4~6시간 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240분 이상 하는 셈이다. 국내에 주말 등산만으로 건강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축구도 25분씩 3~5쿼터를 뛰니 엄청난 운동량이다. 장 대표는 주말 축구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친구 5분의 4가 축구인”이라고 말한다.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는 우승 등 순위가 아닌 회원들의 화합이다. “서로 알고 지내다 보면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고, 작은 데까지 파고들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경조사 참여는 물론 개인 상담까지 이어진다. 축구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이웃을 잇는 다리가 된다고 믿고 있다.

장창엽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서울시 동대문구축구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장창엽 대표 제공
장창엽 대표(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서울시 동대문구축구협회 회장 취임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장창엽 대표 제공
2016년부터 20222년까지 푸른회축구단 회장을 지냈던 그는 2023년 말부터는 서울시 동대문구축구협회 수장을 맡아 축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초중고 엘리트 선수는 물론 동호인 선수들이 맘 놓고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망주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구청 복지과의 도움을 받아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들도 돕고 있다. 회장을 맡자마자 여성 축구팀을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장 대표는 “서울시 25개 구중 동대문구에만 유일하게 구립 축구장이 없다. 그래서 구청과 각 학교의 협조를 받아 차질 없이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말한다.
“사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 몸이 바로 반응합니다. 찌뿌드드하고 컨디션이 엉망이 되죠. 그래서 주말엔 축구장으로 갑니다. 몸 풀고 공차며 땀을 쫙 빼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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