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슬기, 오른쪽은 라이즈 멤버들이 착용한 컬러 패딩 모습. 연예인들 사이에서 컬러 패딩 소비가 늘며 유행을 견인하고 있으며, 실제로 크림에서도 11월 한 달간 컬러 포인트 패딩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 갈무리
올겨울 패딩 시장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동안 겨울 아우터의 정답처럼 여겨졌던 ‘무채색 패딩’이 힘을 잃고, 핑크·스카이블루·베이지 등 화사한 색감의 ‘컬러 패딩’이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검정과 회색 중심의 실용 소비에서 벗어나, 패션을 통해 개성과 분위기를 드러내려는 소비 성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먼저 감지됐다. 단순히 보온성을 넘어 ‘어떤 색을 입느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패딩 역시 하나의 스타일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겨울철 거리 풍경도 이전보다 한층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개성 소비’ 확산… 컬러 패딩 거래량 급증
인스타그램에서 ‘패딩’을 검색하면 다양한 색상의 패딩 리뷰가 게시돼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8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은 “11월 동안 과감한 색감과 독특한 소재를 활용한 컬러 패딩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크림은 실제 거래량과 관심 지표를 바탕으로 매달 패션 트렌드 리포트 ‘크것이 알고 싶다(크알)’를 발행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소비자 선호가 ‘기본 품목’에서 ‘개성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컬러 패딩의 인기는 아이돌 착용 효과와도 맞물렸다. 라이즈, 스테이씨 시은 등이 컬러 아우터를 잇달아 선보이며 검색량이 확대됐고, 레드벨벳 슬기가 착용한 핑크 패딩은 정가 대비 약 170%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며 ‘대담한 컬러 패딩’ 트렌드를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C.P. 컴퍼니 한국 한정 ‘루나 락’ D.D. 쉘 다운 자켓. 크림 저장수가 전년 대비 2734% 급증했고, 출시 직후 전 매장 완판되며 일별 저장수는 일주일 만에 112배로 뛰었다. 크림 공식 홈페이지 캡처
화려한 색상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다 절제된 컬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C.P 컴퍼니의 ‘D.D. 쉘 후드 다운 자켓’은 워싱된 듯한 그레이 컬러와 반투명 안감 디자인으로 품절 행진을 이어갔다. 네이버 검색량은 최고치를 경신했고, 크림 저장 수는 전년 대비 2734% 급증했다.
특히 한국 한정 컬러인 ‘루나 락’은 출시 직후 전 매장에서 완판됐다. 일별 저장 수는 일주일 만에 112배까지 치솟으며, 이른바 ‘빈티지 톤 패딩’ 붐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튀지 않으면서도 기존 무채색과는 다른 미묘한 색감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 무신사에서도 ‘컬러 강세’… 대중 플랫폼까지 확산
무신사 플랫폼 내에서 10월 숏패딩 인기 상품 랭킹. 무신사 제공
컬러 패딩의 약진은 대중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무신사 월간 랭킹에서는 스카이블루, 라이트 그레이, 클라우디 블루 등 밝고 은은한 컬러의 패딩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상위 5개 제품 모두 무채색 일변도에서 벗어난 색감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수아레의 ‘라이트 시어쉘 패딩 점퍼’는 그레이 기반의 빈티지 톤 컬러로 11월 남성 패딩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이는 컬러 패딩 트렌드가 일부 한정판 브랜드나 마니아층에 국한되지 않고, 대중 소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검정은 너무 흔해요”… 소비자 인식 변화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에 재학 중인 김유빈 씨(24)는 최근 파란색 패딩을 구매했다며 “검정 패딩은 너무 흔해 보이고, 오히려 색감 있는 패딩이 더 스타일리시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3~4년 전만 해도 무채색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컬러 포인트 아이템을 입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20대 직장인 표현진 씨도 하늘색 패딩 구매를 고민 중이라며 “밝은 색이 좋았지만 예전에는 눈에 띌까 봐 망설였다”며 “요즘은 회사에서도 컬러 패딩을 입는 사람이 많아져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 “이제는 패딩도 신어요”…아우터 넘어서 신발까지 확장
제니, 오른쪽은 아이브 레이가 신은 패딩 슈즈. ‘스부(SUBU)’는 전년 대비 저장 수 114% 증가, 10월 말 크림 급상승 1위에 올랐다. SNS 갈무리
컬러 패딩 트렌드는 아우터를 넘어 신발 시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른바 ‘패딩 슈즈’가 MZ세대의 새로운 겨울 애착템으로 떠오르며 관련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 아이브 레이 등이 착용하며 화제가 된 브랜드 스부(SUBU)는 올해 크림 저장 수가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특히 한파가 시작된 10월 마지막 주에는 어그를 제치고 크림 급상승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신사에서도 ‘패딩부츠’ 검색량은 142%, ‘패딩슬리퍼’는 72%, ‘스부’는 1663% 증가하며 관심 확대를 입증했다.
크림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결과 패딩 트렌드는 ‘블랙 눕시’ 중심에서 자연친화적 ‘그래놀라 코어’를 거쳐, 올겨울에는 과감한 ‘컬러 포인트’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번 시즌에는 색감과 텍스처가 강조된 제품이 스타일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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