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성과냐 혁신이냐, 문제는 ‘방향성’의 부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4일 23시 06분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서 조직은 팀에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라’고 요구한다. 현재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동시에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팀이 성과와 학습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캐나다 HEC 몬트리올과 미국 하와이대 경영대 연구진은 북미의 한 대형 주택담보대출 회사 소속 109개 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성과와 학습을 동시에 추구하는 팀일수록 오히려 목적 의식이 흐려지고 전반적 성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학습 지향’과 ‘성과 지향’이라는 두 목표를 모두 잡으려 한 팀의 업무 효율이 가장 낮았다. 반면 하나의 목표에 명확히 집중하고 다른 목표의 비중을 과감히 줄인 팀의 구성원은 일에 더 큰 의미를 느꼈고, 결과 또한 더 나았다.

대부분의 성과 관리 시스템은 팀에 ‘결과를 내라’고 주문한다. 높은 성과 기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유연하고 실험적으로 일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팀에 학습과 성과를 동시에 강조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분산되고 방향성마저 흐려진다. 결국 구성원을 혼란에 빠뜨리기 쉽다.

한 정보기술(IT) 지원팀은 경영진으로부터 “한계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기술 솔루션을 자유롭게 실험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팀은 새로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고급 기능 개선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끝까지 실행하지 못하고 중단했다. 이 팀의 성과가 시스템 안정성, 가동 시간, 신속한 문제 대응 같은 단기적인 성과지표로도 평가됐기 때문이다. 혁신과 안정성이 모두 공식적으로 평가항목에 포함되면서 팀원들은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몰라 불확실함을 느꼈다. 이런 우선순위의 혼란은 좌절감과 사기 저하, 핵심 시스템 개선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이런 모호함은 고성과 팀의 핵심 요소인 ‘과업의 의미’를 약화시킨다. 팀원들이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자신의 일이 조직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과업의 의미가 팀 성과를 예측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명확한 목적 의식을 공유한 팀은 상급 관리자에게서 실행력, 업무 품질, 조직 기여도 등 모든 측면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학습과 성과 중 하나에 우선순위를 두고 다른 하나를 보조적으로 운용한 팀일수록 구성원은 자신의 일을 더 의미 있게 여겼고, 이러한 목표의 정렬이 높은 에너지와 강한 몰입, 더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다.

연구 결과가 리더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상충되는 신호로 팀에 부담을 안기지 말라는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거나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할 때 ‘모든 것을 동시에 해내라’는 충동을 억제하고, 하나의 지향점을 선택해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 팀에는 무엇보다 명확한 나침반이 필요하다. 만약 팀이 새로운 제품을 혁신적으로 개발하거나, 불확실성을 뚫고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면 학습 중심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야심찬 역량 강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단기적으로 실패를 하더라도 실험을 장려하고 보상해야 한다.

반대로 효율적으로 결과를 내야 하거나 규제 및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팀, 매출 압박 속에서도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팀이라면 성과 중심 목표를 채택해야 한다. 구체적인 산출 지표를 설정하고 정확성·일관성·탁월함을 인정하고 보상하면서 학습 지향을 동일한 비중으로 섞어 평가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팀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지배적인 방향성을 정했다면 리더는 그 방향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학습 중심 팀에는 실수에서 얻은 통찰을 인정하고, 회의에서는 성찰적 질문을 던지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창의적 사고를 격려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성과 중심 팀이라면 목표 추적에 집중하고 효율성을 칭찬하며 구체적 수치에 기반한 피드백을 자주 제공해야 한다.

인센티브 구조 또한 이런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 학습 중심 팀은 프로세스 개선이나 직무 간 교차훈련 달성에 따라, 성과 중심 팀은 명확한 핵심성과지표(KPI) 달성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 이렇게 일관된 메시지와 인정, 코칭의 톤이 팀의 목적의식을 강화한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쫓으려 하면 결국 어느 것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명심하자. 당신이 리더라면 다음 전략 회의나 성과 평가 주기가 시작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나는 어떤 팀을 만들고자 하는가?”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성과냐 혁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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