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로 승진했는가? 축하한다. 당신이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의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익숙하고 잘하던 일을 내려놓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실무와 새롭게 맡게 된 리더의 역할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곤 한다. 그러나 승진은 과거의 일과 새로운 일을 동시에 해내라는 뜻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의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롭게 부여된 역할과 권한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당신을 승진시킨 상사는 승진의 이유와 앞으로 맡아야 할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 승진한 당사자인 당신은 정작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인지 몰라 막막할 수 있다.
경영진으로 승진해 기존 부서를 포함한 더 큰 조직을 총괄하게 된 사만다의 사례를 살펴보자. 승진 6개월 후, 최고경영자(CEO)는 그에게 직설적인 피드백을 건넸다. 늘 호평받던 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구성원에게 위임해야 할 회의에 직접 참석했고, 후임자가 결정해야 할 사안에도 사사건건 개입했다. 구성원들은 세세한 간섭으로 받아들였고, 후임자는 그가 자신의 업무에 계속 관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사만다가 새 역할의 범위를 명확히 이해했다면 이런 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직책에서 창출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지, 특히 전임자와 차별화된 역할은 무엇인지 먼저 정의해야 한다. 이는 리더십의 방향성과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당신과 팀 모두의 성장을 돕는 체계적인 전환 계획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된다.
업무 전환을 위한 명확한 일정을 정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거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전 업무를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역할을 전환할 공식적인 일정을 정해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 분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나 주도하던 프로젝트가 종료되는 시점 등 구체적인 날짜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전환 시점이 다가오면 직속 부하, 동료, 관계자들에게 계획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후임자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직접 소개하고, 본인은 더 이상 관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힌다. 이는 후임자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위 사람들이 새로운 담당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인식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당신에게 의존하던 동료들에게 권한이 이동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이 생략되면 그들은 습관적으로 당신에게 업무를 요청하거나, 불필요한 이메일에 당신을 참조로 넣을 수 있다.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업무 경계를 세워야 혼선을 막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다.
만약 옛 동료가 과거 직무에 관한 질문이나 의사 결정을 위해 당신을 찾아온다면 직접 개입하기보다 담당자에게 연결해야 한다. 문의나 요청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누군가 당신의 후임자를 건너뛰고 당신에게 직접 연락했다면, 먼저 연락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되 그것이 신임 후임자의 권한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당신이 후임자를 신뢰하고 있음을 언급하는 것이 좋다. 이는 업무 경계를 명확히 하면서 새로 꾸려진 팀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리더가 자신감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다음 세대의 리더를 육성하는 것 또한 리더의 중요한 책무다. 선의로 예전 구성원을 계속 돕는 행위는 오히려 유능한 인재에게 권한을 빼앗겼다는 박탈감을 주고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위임이란 단순히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적임자가 올바른 의사 결정의 장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리더로 거듭나는 과정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과거의 정체성을 내려놓고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승진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라는 선언이다. 리더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정체성을 갖출 때, 조직 내에서 당신의 영향력은 비로소 배가될 것이다.마를로 라이언스 임원코치
※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승진 후 옛 업무에 매달리지 말라’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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