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민 지키려고”…돌려차기男 신상공개한 지자체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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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10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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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9일 ‘지역 구민을 보호하겠다’며 부산 돌려차기 남성의 신원을 공개했다. 김 의원 페이스북 캡처 후 일부 신상 모자이크 처리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9일 ‘지역 구민을 보호하겠다’며 부산 돌려차기 남성의 신원을 공개했다. 김 의원 페이스북 캡처 후 일부 신상 모자이크 처리
유튜버에 이어 서울의 한 지자체 기초의회 의원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공개했다.

9일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국민의힘 소속)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가 혹시나 출소 후 강서구에 올까 봐 강서구민을 위해 강서구 의원인 제가 ‘공익 목적’으로 가해자 일부 신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가해자의 얼굴 사진, 이름, 나이, 체격 등을 공개했다.

그는 “부산진구 서면에서 발생한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 대해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유튜버가 신상을 공개해 논란이 생겼다”며 “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공익 목적’이 아니라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어 유튜버가 신상을 공개한 것은 정보통신망법 등에 의해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로, 강서구민 중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치가 떨려 저는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 같다”며 “신상 공개로 인해 유튜브 개인이 처벌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구민 대표인 의원이 공개해야 강서구민을 지킬 수 있다는 ‘공익 목적에 맞게’ 제가 직접 공개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영리’할 수 있는 게 없다. 오로지 ‘향후에도 구민의 안전을 위한 공익 목적’임을 밝힌다”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건과 같이 묻지마 범죄 신상을 정책적으로 공개할 방안을 만들어서 국회와 대통령실에 제안하도록 하겠다”며 “법체계를 더욱 다듬어서 유사한 피해 사례들이 이전보다 더 줄어들 수 있도록 관련 정책들을 제안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해자가 신상 공개에 대해 고소를 진행한다면, 유튜브 개인이 아닌 의원인 저를 직접 고소해 주길 바란다. 이런 소송은 언제든지 감내하겠다”며 “출소 후에는 제발 서울 강서구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A 씨의 신상정보가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는 “국가기관도 아닌 한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가해자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게 마땅한가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가해자의 보복 범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에, 유튜버인 제가 고통을 분담할 방법은 가해자 신상 공개란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A 씨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특가법상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는 곳은 경찰밖에 없다. 경찰이 성범죄 수사를 다 못해서 그냥 넘어간 사건이기 때문에 공개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이 상고까지 간다면 대법원 확정판결 뒤 성범죄자로 신상이 등록된 뒤에야 공개가 가능하다. 그러려면 거의 한 1년 이상 기다려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단계에서의 신상 공개는 “사적 제재에 해당한다”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장면. 채널A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발생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장면. 채널A
A 씨는 지난해 5월 귀가하던 여성을 뒤쫓아가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의류에 대한 유전자(DNA) 재감정을 의뢰한 결과 A 씨의 DNA가 검출된 것을 토대로 혐의를 강간살인미수로 변경해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오는 12일 항소심 선고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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