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지하화, 상부엔 콤팩트 시티 조성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4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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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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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역을 지하화하고, 역 상부에 콤팩트 시티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의 ‘8·16 대책’ 직후 공식화된 것으로, 후속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시동을 건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과 합쳐지면 주변 일대가 초고밀 주거업무 복합단지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의 관문이자 한국 철도의 상징인 서울역이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한 셈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이달 19일 ‘서울역 종합개발’을 위한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을 긴급 발주했다. 용역금액은 2억5000만 원이며, 입찰제안서 마감은 다음달 20일이다. 입찰은 다음달 29일로 예정됐다.

● 서울역 지하화하고, 상부는 주거업무복합단지 조성

24일 입찰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서울역에 수색~광명 고속철도 지하화와 5개 신규 노선이 통과하는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고려해 철도역 지하화와 이로 인해 만들어질 철도역사 상부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종합적인 개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역은 현재도 경부선과 경의선의 기점역이며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계통의 열차가 출발한다. 또 수도권 전철 1호선과 4호선,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인천국제공항철도 등이 통과하는 철도교통의 중추역할을 한다. 여기에 앞으로 수색~광명고속철도 지하화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B노선, 수색~광명선, 신안산선 2단계, 신분당선 북부연장선, 유라시아선 등이 추가로 통과할 예정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선 수요와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선의 체계적인 배치가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철도역을 지하화하면서 생길 상부공간과 주변지역을 합친 19만5500여㎡ 부지에는 공원과 광장,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시설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구용역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년이다. 철도공단은 연내 사업자를 선정하고, 조기에 연구용역을 시작하게 할 방침이다.

● 콤팩트 시티 조성 사업과 연결

이는 정부가 ‘8·16대책’에서 제시했던 철도역세권을 활용한 주택 15만 채 규모의 신규택지 공급계획과 맞닿아 있다. 대책을 발표한 16일 정부 관계자들은 철도역세권의 고밀 개발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열린 제2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신도시는 입지선정 시부터 수도권광역 급행철도(GTX) 등 기 계획된 교통망과 연계하여 중소 규모로 지정·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혁진 국토부 주택도시실장도 같은 날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앞으로 발표할 15만 채 택지에 대해서는 콤팩트 시티 개념으로 다핵분산형으로 지정할 계획이다”며 “1~3기 신도시를 대규모로 했다면 앞으로는 (소규모로) 역세권 위주로 공급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토부가 구상하고 있는 콤팩트 시티는 철도역에 가까울수록 개발밀도를 높이고, 주변지역과의 연결망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철도역에서 반경 300m 이내에는 고밀개발해 복합쇼핑몰, 오피스, 복합환승센터를 만든다. 반경 300m 이상 600m 이내에는 중·고밀의 청년주택을 짓고, 600m부터 배후지역에는 중밀도의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하는 형태이다.

정부의 이같은 구상은 홍콩 주룽(kowloon)과 프랑스의 유라릴 개발사업을 모델로 삼았다. 주룽의 경우 1991~2010년까지 20년간 13만5000㎡ 부지에 신규 철도노선을 활용해 주거·상업·업무단지를 조성한 프로젝트이다. 유라릴은 1994~2019년까지 150만㎡ 크기의 철도역 주변 역세권에 업무·서비스 기업단지와 주택 등을 복합 개발한 사업이다.

● 122년 역사의 서울역 대변신 예고

한편 이같은 계획에 따라 서울역은 북부역세권 개발과 맞물려 대대적인 변신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은 서울역 인근 중구 봉래동2가 일대 철도 유휴부지 2만9000㎡에 약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상업업무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 개발 논의가 시작됐지만 민간사업자가 사업성을 이유로 중도 포기하면서 장기간 표류를 거듭하다 올해 3월 서울시가 사업지 일대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면서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사업준공 시점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관련 계획(‘용산 지구단위계획 및 서울역북부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에 따르면 이곳에는 지하 6층~지상 38층 높이의 5개 건물로 이뤄진 연면적 35만㎡의 전시·호텔·판매·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업무단지가 들어선다. 특히 도심과 강북권 최초로 2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회의 수준의 회의장 및 전시장을 갖춘 컨벤션(MICE) 시설도 건립된다.

한편 이번 조치로 12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역은 또 한 번 커다란 변신의 기회를 맞게 됐다. 문화서울역284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역은 1900년 7월 남대문 정거장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역사의 모습은 갖추지 못한 채 120㎡ 크기의 목조 가건물이 들어선 간이역이었다.

이후 서울역의 이름은 남대문역-경성역으로 바뀌었고, 1925년 9월 현재 우리가 보는 서울역 구역사가 준공된다. 그리고 1947년 11월 마침내 역 이름이 서울역으로 바뀌었고, 2004년 민자역사가 완공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잡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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