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장동 4000억 도둑질…문제되면 게이트 넘어 대한민국 도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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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도둑질 완벽하게 하자”…‘정영학 녹취록’에 담겨
사업자 공모전인 2014년 수익규모-불법성 파악 한 듯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이 사업 공모 전 이미 “(대장동 사업은) 4000억 원짜리 도둑질”이라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긴 녹취록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수감 중)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4000억짜리.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고 발언한 내용이 담긴 2014년 11월 5일자 ‘정영학 녹취록’을 확보했다.

실제로 이들은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을 통해 분양수익을 빼고도 4040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검찰은 이들이 정확하게 가져갈 이익 규모를 계산한 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같은 해 11월 남 변호사가 하나은행 관계자에게 “무간도 영화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 뒀다”고 발언한 내용도 확보했다. ‘우리 사람’은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변호사가 대장동과 성남 1공단의 결합개발을 분리하는 데 기여한 대가로 100억 원을 약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10월 녹취록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분명히 옵티머스처럼 불꽃이 어딘가 나올 텐데 왜 안 나올까”라며 “만약에 불꽃이 한번 터지면 그 불꽃은 누구도 못 막습니다”라고 말한 내용도 담겨 있다.

남욱 “영화 무간도처럼 공사 안에 우리사람 넣어” 사전모의 정황


‘정영학 녹취록’서 범죄정황 드러나…南, 대장동사업자 공모전인 2014년
4000억 수익규모-불법성 파악한듯…“문제땐 게이트 넘어 대한민국 도배”
유동규, 김만배와 수익배분 논의 중 “옵티머스처럼 불꽃 터지면 못 막아”
金-남욱, 포렌식 대비용 앱 설치도




“4000억 원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이거는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

24일 동아일보가 확인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 등에 따르면 2014년 11월 5일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들이 대화를 나눈 2014년 11월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기 전으로, 화천대유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예상 수익 규모를 파악했고 그 불법성까지 알고 있었던 정황이 파악된 것이다. 실제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분양수익을 제외하고도 지금까지 배당금으로만 4040억 원을 벌어들였다.

○ 사업 초기부터 불법 가능성 인식 정황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확보한 정 회계사의 녹취록 등에는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사업의 불법 소지를 인지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남 변호사를 조사하면서 ‘4000억 원 도둑질’ 발언의 배경을 추궁했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저에게 게이트라고 말하면서 4000억 원짜리 도둑질일 수 있다고 했다. (화천대유가) 하나은행 뒤에 숨어 있었으니까 그런 취지로 (도둑질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는 외견상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0.99%의 지분을 소유한 자산관리회사(AMC)에 불과했지만 실질적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거의 전권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가 정리해서 뽑아준 자료를 보고 4000억 원이라는 돈을 특정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2014년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한 정민용 변호사가 사실상 화천대유 측 인사라는 발언도 나왔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2014년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중식당에서 정 변호사와 함께 하나은행 관계자를 만났다. 남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무간도 영화를 찍는 것처럼 공사 안에 우리 사람을 넣어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간도’는 2003년 개봉한 영화로 경찰과 범죄 조직이 서로에게 스파이를 심어놓고 대결하는 내용이다. 남 변호사의 서강대 후배인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으로 재직하면서 화천대유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구조를 설계한 혐의(배임 등)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녹취록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2020년 10월 30일 김 씨, 정 회계사 등과 만나 수익배분 방안을 논의하면서 대장동 사업이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유 전 직무대리는 “국가정보원에서 분명히 군불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지금 전혀 움직임이 없어서 의아했다”며 “분명히 옵티머스처럼 불꽃이 어딘가 나올 텐데 왜 안 나올까. 만약에 불꽃이 한번 터지면 그 불꽃은 누구도 못 막는다”고 했다. 같은 해 6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후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언급하며 비슷한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고 걱정한 것이다.

○ 검찰 수사 시작하자 조직적 증거 인멸한 듯


검찰이 확보한 남 변호사의 메모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10월 15일 남 변호사에게 전화해 “천화동인 1호는 김만배 것이라고 얘기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 씨가 정 회계사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는 유동규 것이라는 녹취가 돼 있다고 했다”며 “(이 때문에) 천화동인 1호가 김만배 것이라고 진술하면 녹취록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중순 남 변호사 휴대전화에 직접 포렌식에 대비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주기도 했다. 김 씨는 “이렇게 하면 나중에 휴대전화가 압수돼도 (내용이) 안 나온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대장동#정영학 녹취록#화천대유#4000억짜리 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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