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는 ‘부모 찬스’가 없다[정성갑의 공간의 재발견]

  • 동아일보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신서영 섬유 작가가 경매로 얻은 스톡홀름의 집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다. 
정성갑 대표 제공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신서영 섬유 작가가 경매로 얻은 스톡홀름의 집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다. 정성갑 대표 제공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지난주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작가 두 분을 집에 초대했습니다. 최근식, 신서영 부부. 최 작가는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분이고 신 작가는 직조와 태피스트리를 포함해 섬유 작업을 하는 분입니다. 치킨과 맥주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왔습니다.

두 분은 스톡홀름 자가 보유에,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많이 하는 이른바 잘나가는 작가들인데, 스톡홀름에 내 집을 마련한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집을 경매를 통해 구매한답니다. 집을 팔아야겠다, 결심이 서면 인근 부동산에 전화를 하고 연락을 받은 부동산에서는 리빙 스타일리스트와 사진가를 데리고 집 꾸미기에 착수한다네요. 부동산과 리빙 스타일리스트, 사진가가 ‘원 팀’으로 움직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촬영까지 마무리되면 이제 집을 손님들에게 보여줄 차례. 평일에는 모두가 바쁘니 가급적 주말로 날짜를 잡아 예비 구매자들에게 집을 보여주고 그때부터 경매 시스템이 가동한답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가장 높은 금액을 써 낸 사람이 ‘낙찰’을 받는 구조라고 하네요.

최종 낙찰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계약서를 쓰는 순간까지도 경매를 진행할 때가 많아 집주인과 마주 앉은 상황에서도 더 높은 금액이 들어오면 바로 계약이 멈춥니다. 예비 구매자들 간의 눈치싸움도 치열합니다. 자칫 잘못 판단하면 억대의 돈을 웃돈으로 주고 시세보다 비싸게 집을 구매해야 하니 ‘상대방이 호가를 얼마나 올릴까?’ ‘나는 최대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계속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건너간 젊은 작가 두 명이 스웨덴 사람들과 뒤섞여 그 치열한 경매를 통과해 마침내 집 매입에 성공했다고 하니 마디마디 흥미롭고 재미있어 계속 이야기를 해 달라 졸랐습니다.

내 집을 갖는다는 건 스웨덴에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공공주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아이의 출생신고와 함께 대기를 걸어놓는 경우도 많답니다. 그렇게 이름을 올려놓고 자녀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면 얼추 타이밍이 맞는다고요.

교육비는 부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스웨덴의 거의 모든 대학은 등록금이 ‘공짜’이고, 심지어 정부가 학생들에게 매달 80만∼100만 원 상당의 생활비까지 지급한다고 하네요. 부모가 정치인이든, 의사든 모두가 자립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문화이고요. 마트에 계산원으로 취직하는 건 스웨덴에선 흔한 일입니다. 오히려 자립의 노력 없이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학생은 ‘이상한 애’ 취급을 받는다고요. 부모 세대도 그렇게 자립을 한 덕분에 마트에서 젊은 직원이 실수해도 너그러운 눈빛으로 기다려 준답니다.

올해 고3이 되는 제 큰딸에게 두 작가가 말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수더라고.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에서 수험생이었던 시절 얘기를 하잖아? 그럼 스웨덴 사람들이 그래. ‘가족하고 밥은 언제 먹어?’ 한국만, 지금 이 자리만 생각하며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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