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재명 “기본소득 실현 불가” 뭇매… 李 “8 대 1 일방적 토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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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경선 ‘이재명 vs 反이재명’ 전선]
“기본소득, 현실성 없고 믿음 못줘” 이낙연-정세균 등 일제히 맹공
추미애만 “배척 안돼” 李 두둔
‘영남 역차별 발언’ 두고도 설전… “지역주의 자극” vs “오해 말아야”
이재명, ‘反李연대’에 무대응 전략… 反李, 결선투표 겨냥 전선 확대할듯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9명이 충북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면접’에서 연단에 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당 대표,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두관 의원. 청주=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 9명이 충북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면접’에서 연단에 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광재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당 대표,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두관 의원. 청주=뉴시스
“기본소득 정책도 차제에 정리하고 폐기하는 게 어떠냐.”(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위를 달리는 후보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정세균 전 국무총리)

3일 밤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 ‘반(反)이재명 연대’의 대치 전선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비롯해 박용진 이광재 김두관 의원 등은 일제히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의 실현 가능성부터 ‘영남 역차별’ ‘약장수’ 등 이 지사 발언에 대한 지적을 쏟아냈다. 이들은 단순히 1위 후보 견제를 뛰어넘어 “이재명으로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앞세운 채 결선투표까지 염두에 둔 이슈별 전선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제히 ‘기본소득’ 때리기

정 전 총리는 이날 토론에서 이 지사가 전날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으며 “기본소득 100만 원을 얘기했다가 재원 대책이 없다 하니 50만 원으로 줄였다가 전날은 1번 공약이 아니라고 했다.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의원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증세 없이 50조 원을 나눠줄 수 있다고 야당과 논쟁하던 분이 (이제 와서) 제1 공약이 아니라고 하면 국민은 뭐가 되느냐”며 “조세 감면과 세출 조정 등으로 50조 원을 만든다는 것은 무협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사가 “(박 후보는) 못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반박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광재 의원도 “기본소득 전면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영남 역차별’ 발언을 이틀 연속 지적했다. 그는 이 지사가 1일 고향 안동을 찾아 “영남이 역차별받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지역주의 망령이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며 “그런 접근은 역대 민주당 정부가 노력해온 것에 대한 정면 부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발언의 전체 취지를 보면 과거 군사정권을 지원해서 혜택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지원했던 정치 집단으로부터 실제로 지원도 못 받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경선 (일정과) 관련, 본인과 다른 의견에 대해 ‘약장수’라고 했다. 그런 거친 표현을 쓰는 게 옳은가”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기다리는 후보로 이길 수 있을까”라며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반이재명 연대는 ‘범(汎)친문’ 세력 간 단일화 행보와 맞물리며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총리와 이광재 의원은 예고한 대로 5일 오전 단일화 결과를 발표한다.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인연을 계기로 친노까지 포괄하는 범친문 연대로 나서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도 3일 회동을 계기로 향후 결선 투표까지 염두에 둔 공동 행보를 늘려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앞으로 남은 TV 토론 등에서 두 사람이 공동으로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집중 공격에 나설 가능성 등이 점쳐진다.

이재명 “이기기 위한 과정, 자연스러운 현상”
이 지사 측은 당내 ‘반이재명 연대’의 집중 공격에 정면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이날 국민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경쟁 후보들 입장에선 이기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들을 최대한 해야 한다”며 “후보 간 연대가 정책이 같아서일 수도 있고 이기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TV 토론회에서 벌어진 기본소득을 둘러싼 협공에 대해서는 4일 오후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관련 뒤늦은 답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연설명을 했다. 그는 “8 대 1에 가까운 일방적 토론에서 제대로 답할 시간도 반론할 기회도 없어 뒤늦게 답한다”며 “정책의 성숙 과정을 유연성이 발휘된 발전으로 볼 수도 있고, 일관성 부족이나 말 바꾸기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추 전 장관은 토론에서 “거짓말쟁이라며 날 선 비판을 하면 지지자들이 보기에 유감일 것”이라고 이 지사를 옹호한 데에 이어 4일에도 트위터에 “(기본소득을) 당장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다른 후보 것이라고 배척만 해서도 안 된다”고 재차 두둔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반이재명#이재명#민주당경선#국민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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