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만에… ‘진주만 미군 3형제’ 돌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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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日 공습으로 군함서 숨져… 당시 신원 확인 안돼 묘지에 안장
2015년 대대적 신원감식 착수… 감식종료뒤 극적으로 신원확인

미국 해군 출신의 바버 3형제가 세일러복을 입은 채 나란히 앉아 촬영한 사진. 미 해군 홈페이지 캡처
미국 해군 출신의 바버 3형제가 세일러복을 입은 채 나란히 앉아 촬영한 사진. 미 해군 홈페이지 캡처
1941년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습격으로 한날한시에 목숨을 잃은 미군 3형제의 신원이 80년 만에 확인됐다.

22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위스콘신주 뉴런던 출신의 맬컴 바버, 르로이 바버, 랜돌프 바버 형제 유해의 신원이 10일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전사 당시 3형제는 각각 22, 21, 19세의 젊은 나이었다. 3형제는 1941년 12월 7일 일본 공습 당시 하와이 진주만 포드섬 기지에 정박해 있던 미 군함 ‘USS 오클라호마호’에 탑승 중이었다. 무방비 상태였던 오클라호마호는 순식간에 일본 군용기의 폭격으로 침몰했다.

당시 실종된 오클라호마호 승조원은 모두 429명이었다. 미 해군은 1944년 6월까지 시신을 인양해 하와이 묘지 두 곳에 안치했다. 하지만 희생자들이 바닷물 속에 오래 머물러 있어 시신 구별에는 한계가 있었다. 군번줄도 유실됐으며 그 시절 검식 기술 또한 지금만큼 발전돼 있지 않았다.

1947년 9월, 오클라호마호 전사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묘지에 있던 유해들은 다시 발굴돼 하와이 호놀룰루의 중앙유해감식소(CILHI)로 옮겨졌다. 감식 결과 35구의 유해 신원이 확인됐다. 이때도 바버 3형제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감식하지 못한 유해는 또다시 하와이 국립묘지 46개 지점에 나눠져 묻혔다.

그 후로 68년이 흘러 2015년 미 정부는 대대적인 신원 감식 조사를 통해 유해를 유족에게 돌려보내는 ‘USS 오클라호마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6년째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올 6월 7일 기준으로 실종됐던 승조원의 86%는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식 작업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도 바버 3형제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흘 뒤인 6월 10일 기적적으로 바버 3형제의 신원이 동시에 확인됐다.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확인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80년 만에 3형제는 신원 미상의 실종자가 아닌 자신들의 이름을 되찾았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진주만 미군#3형제#신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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