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현충일에 천안함 생존자 만나 “분노 않는 나라” 강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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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천안함 폭침 입장 밝혀라”… 생존자들 시위에 尹 화답 모양새
訪美-취임4주년 등 文행사 직전… 메시지 내는 ‘타이밍 정치’ 이어가
전날 현충원 참배후 방명록에… “분노하지 않는 나라 만들것” 남겨
사실상 대선 출사표 던져

국립서울현충원서 참배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원 
관계자들과 함께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위 사진). 이날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쓰며 대선 주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국립서울현충원서 참배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원 관계자들과 함께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모습(위 사진). 이날 윤 전 총장은 방명록에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쓰며 대선 주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66회 현충일 하루 전날인 5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쓰면서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냈다. 현충일 당일엔 천안함 폭침 사건의 생존자를 만나 정부 여당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대해 명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으로, 대선을 9개월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상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양강 구도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野 “문 대통령 ‘나라답게’를 저격한 것”
윤 전 총장은 5일 현충원을 참배한 뒤 작성한 방명록 문구를 통해 대선 의지를 명확히 밝히면서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윤 전 총장은 올해 1월 4일 검찰총장 신분으로 현충원을 참배했을 때는 방명록에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다’고 글을 남겼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불과 6개월 만인 5일 현충원을 방문해선 ‘검찰’이 아닌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지난번엔 검찰의 수장으로서 글을 남겼다면 이번엔 나라의 수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쓴 ‘분노하지 않는 나라’ 문구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제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공약 표어가 ‘나라를 나라답게’였는데, 국민들에게 이를 연상시키며 ‘분노할 만한 나라가 됐다’는 함의를 담은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현충일을 계기로 해 안보를 중요시하는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자신이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현 정권에 분노하는 반문(반문재인) 세력의 결집을 유도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방명록 작성 후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 참배하고 일반 묘역에서 베트남전,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은 찾지 않았다.

○ “천안함 괴담 유포 세력” 사실상 여권 겨냥
윤 전 총장은 5, 6일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 씨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 씨를 각각 만나는 등 안보 행보를 이어 나갔다. 윤 전 총장은 5일 이 씨를 만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부상당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헌신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보 역량과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극히 필수적인 일”이라며 “청년들이 군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보훈이 곧 국방”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6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전 씨의 집으로 찾아가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며 “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국방부 등지에서 67일째 시위를 해온 천안함 생존 예비역 장병들은 이날 문 대통령이 방문한 현충원 곳곳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문 대통령이 답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윤 전 총장이 화답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 매번 文 일정 전 메시지, 대선 행보 임박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의 주요 행사 일정이 시작되기 전마다 정치적 메시지를 내는 ‘타이밍의 정치’를 해왔다. 지난달 17일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 방미 출국(19일) 일정을 앞두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찾은 뒤 문 대통령이 반도체 관련 기업 총수 등과 함께 방미 일정을 시작하는 바로 전날(20일)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또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지난달 10일) 전날 문 대통령의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관련 비판 메시지를 냈다. 또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직전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는 메시지를 내면서 정부 여당이 주도해 왔던 5·18 이슈 선점을 시도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번 주 공보담당자를 선임하고 공개 활동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의힘 전당대회(11일)나 대선 경선 일정 등을 검토하며 입당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근은 “본인 결심에 따라 입당 시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윤석열#현충일#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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