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번째 대책만에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소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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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관리 방안 내놔

정부가 코인 거래소 등 가상화폐 시장을 감독하는 주무 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가상화폐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 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2017년 ‘코인 광풍’ 때 첫 대책을 내놓은 지 4년 만에 ‘투 트랙’의 주무 부처를 지정하고 가상자산 관리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두 부처가 기존에 하던 업무를 이어가는 수준에 불과한 데다 국무조정실이 어정쩡하게 컨트롤타워를 맡는 체계여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 4년 만에 주무 부처 2곳 지정
정부는 28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가상화폐 거래 관리방안’을 내놨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정부가 발표한 다섯 번째 가상화폐 대책 만에 주무 부처를 명시한 것이다. 업비트, 빗썸 같은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은 금융위가 맡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에 관련 기구와 인력을 확충할 방침이다.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산업 육성은 과기부가 주관 부처가 된다.

국조실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 국세청과 관세청도 참여해 탈세나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등에 대응하기로 했다. TF 산하에 기획재정부, 금융위, 과기부가 참여하는 ‘지원반’을 따로 둬 규제를 담당하는 금융위와 산업 육성을 맡는 과기부 간의 이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또 10개 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특별단속’을 9월까지로 3개월 연장해 사기, 시세조종, 불법 다단계 등 불법 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가상화폐는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가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재차 밝혔다. 또 주무 부처를 두 곳으로 정했지만 가상화폐 업무 총괄은 현행처럼 국조실이 맡는다.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에 주무 부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업무를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주무 부처를 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를 한꺼번에 총괄하는 주관 부처가 어딘지는 확정하지 못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하나의 부처가 대책을 주도하지 않으니 가상화폐 규제든 육성이든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니 투자자나 업계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거래소 발행 코인, 직접 매매 금지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200여 개 코인 거래소가 난립해 있다고 봤지만 정부는 상당수가 문을 닫아 현재 60여 곳이 영업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곳이 20곳, 은행이 발급한 실명 입출금 계좌를 갖춘 곳은 4곳이다.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은행 실명 계좌와 ISMS 인증을 받아 금융위에 신고해야만 영업을 할 수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과기부는 거래소의 신고를 돕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직접 매매하거나 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거래소 임직원이 자기 회사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또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 보관 비율을 7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하지만 거래소에만 대책의 초점이 맞춰져 검증이 안 된 ‘잡코인’의 상장이나 발행 단계 등에 대한 감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남건우 woo@donga.com / 김자현 기자
#가상화폐#관리방안#코인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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