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회 통째 파랗게 만들 수 없어, 빨간색도 국민”…이혜훈 논란 겨냥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30일 11시 01분


청와대 복귀 뒤 첫 국무회의…“더 포용하고 융화해야”
“네편 내편 따로 없어…이념-진영 초월해 지혜 담아내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30/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빨간색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출신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한 각종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복귀 후 처음이자 2025년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청와대에서 하는 첫 국무회의다. 공간이 여유가 있다 보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회의를 좀 더 길게 해도 되겠다”고 농담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복귀는 헌정질서 유린으로 얼룩진 용산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점을 상징하는 이정표”라며 “이번 복귀를 계기로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다. 국정의 완성도 국민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우리 정부의 원칙과 철학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 특히 중요한 것이 주권자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앞으로도 국민의 뜻을 직접 경청하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국정을 통해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28일 신설 기획예산처 장관에 국민의힘 출신인 이 후보자를 파격 발탁했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며 곧장 이 후보자를 제명했고, 여권 일각에서도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전적 등에 대한 우려와 비상계엄에 대한 이 후보자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국민과 나라의 내일을 위한 길에 네 편, 내 편이 따로 있을 수 있겠나. 이념을 초월해서 힘을 모으고 진영을 넘어 지혜를 담아내겠다”며 “제가 하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어떤 것인지 뭘 해야 하는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결론은 대통령의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특정한 세력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되는 순간에는 모두를 대표해야 한다. 전쟁과 정치가 다른 이유가 전쟁은 점령해서 다 갖는 것이다. 필요하면 다 제거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란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최종 권력을 갖게 되더라도 그것을 쟁취하는 과정에 함께했던 세력, 사람들만 모든 것을 누리고 그 외에는 모두 배제하면 그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 되어버린다. 원시적”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사회를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는 무지개에 비유하며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회를 통째로 파랗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빨간색은 어디로 가나. 빨간색은 우리나라 공동체 구성원의 자격을 상실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주권자 아닌가. 다만 주도할 권한과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나 아니면 전부 적이다, 제거 대상’이라는 부분이 있다. 결국 그러다가 내란 사태까지 벌어진 것 아닌가. 내 의견과 다른 집단, 인사는 다 제거하고 모든 걸 다 갖겠다고 벌인 극단적인 처사가 바로 내란이었다. 극단적으로 대결하고 대립하는 사회에서 오히려 더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략적 수단이 아니고 우리가 다시 정상인 사회로 돌아가려면 통합, 포용의 역할을 더 강하게, 크게,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인, 관료들이 이 점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주면 좋겠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각료 지명이나 인사에 있어서 참으로 고려할 게 많다는 점을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물론 모든 일들은 최종적으로 최대한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다름을 인정하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긍정해주고, 의견이 다른 게 불편한 게 아니라 시너지의 원천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멘트만 모으면 시멘트 더미고 모래만 모으면 모래 더미다. 내가 모래면 자갈, 시멘트, 물을 모아야 콘크리트가 된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간다. 좀 더 포용적이고 융화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30일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출근하며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선 안 될 잘못된 일이다.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고 공개적으로 계엄 옹호에 대해 사과했다.
#이재명#대통령#이혜훈#통합#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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