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2025.12.29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정치권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탕평 인사”라는 평가와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 이력에 대한 비판이 함께 나왔다. 국민의힘은 “당을 배신한 부역 행위”라며 이 후보자를 제명한 반면 개혁신당은 배신자로 몰아세우지 말라며 보수가 닫혀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연 700조 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정부 요직에 보수 정치인을 발탁한 것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결과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국가보훈부 장관에 한나라당 출신 권오을 전 의원을 임명했고,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이번엔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을 비판해 온 이 후보자와 함께 중도보수 인사인 김성식 전 의원을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하며 통합 인사의 폭을 넓혔다. 이 후보자의 경우 이재명 정부의 재정 정책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평가되는 인물에게 예산을 설계하고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과 책임을 맡긴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취임 초 ‘색깔이 같은 쪽만 쭉 쓰면 위험하다’고 밝힌 인사 원칙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관건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던 이 후보자의 목소리가 정부의 예산 정책으로 어떻게 수렴될지다. 국민의힘은 인사가 발표되자마자 이 후보자를 제명했는데, 그 전에 이 후보자를 통해 야당의 구상과 제안을 정부에 반영할 기회로 삼을 생각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려면 이 후보자와 정부·여당이 재정 지출 규모와 방식을 둘러싼 이견 등을 합리적으로 좁힐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 후보자도 그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분명히 밝히고 검증받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인사가 ‘야권을 분열시키려는 정략적 의도’라는 야당의 의심을 덜어내고 ‘내 편만 쓰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 약속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 진영에 문을 여는 인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임기 내내 일관성 있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공직 사회 전반에 진영 논리 대신 실력으로 평가받는 인사 원칙이 퍼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책에 대한 내부 토론과 상호 견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 말로는 통합과 탕평을 강조하면서 자기편만 챙기다 결국 정책이 한쪽으로 기울기 일쑤였던 과거 정부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