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용구 사건’ 한번 보고받았다던 서울청, 하루 세차례 보고받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현장 출동 경찰관 등 ‘李신원’ 파악… 서초署, 사건 발생 3일뒤 최종 확인
택시기사 ‘출석-처벌불원 접수’ 등… 수사 상황 서울청에 상세히 알려
“신원 파악하고도 사건 종결… 외압이나 사건 축소 방관” 지적

28일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연가를 사용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 차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과천=뉴시스
28일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이날 연가를 사용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 차관이 26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 과천=뉴시스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사실을 인지한 직후 서울경찰청에 발생 보고만 한 차례 했다는 해명과 달리 수사 상황까지 하루 동안 세 차례 보고를 한 사실이 28일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7일 새벽 차관 지명 전 이용구 변호사가 고위 공무원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감지했다. 이를 최종 확인한 같은 달 9일 사건 발생 보고와 택시기사 S 씨의 경찰 출석 일정, S 씨가 이 차관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작성한 사실까지 순차적으로 서울경찰청에 통보했다. 경찰 내부 규정상 시도경찰청 보고 및 수사지휘 대상인데도 서울경찰청은 26일 “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실무진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발생 사건 통보만 했다”고 해명했는데, 법조계에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차관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서초경찰서 C 경사를 불러 윗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어쩐지 알려진 사람처럼 대하더니’ 뒷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A 경위는 지난해 11월 6일 금요일 오후 11시 반경 발생한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보고를 다음 날인 7일 오전 근무 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경위를 비롯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들은 주말이 지난 9일 월요일 이 차관의 신원을 최종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서초서에서는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S 씨의 112 신고에 따라 이 차관의 서울 서초구 모 아파트 자택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 생활안전과 직원 등을 중심으로 폭행 사건의 당사자인 이 변호사가 공수처장 후보라는 사실이 파악됐다. 일부 현장 출동 경찰관을 중심으로는 “어쩐지 좀 알려진 사람처럼 행동하더니…”라는 말까지 오갔다고 한다.

A 경위 등은 같은 달 9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B 경위에게 이 변호사에 대한 사건 기록과 개요를 보고하고,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을 비롯한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B 경위는 A 경위와 연락하면서 추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는 B 경위와의 업무 연락 과정에서 S 씨가 9일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는 사실까지 서울경찰청에 전달했다. B 경위는 경찰 조사를 받은 S 씨가 폭행 사건 처리 담당자인 C 경사에게 “이 차관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사실도 통보를 받았다.

특히 서초경찰서 형사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당시 이모 형사과장이 S 씨의 경찰 출석 전에 인터넷에 ‘이용구 변호사’를 검색한 사실도 예사롭지 않다. 사건을 처리하는 일선 담당자 외에도 수사 상황을 총괄하는 이 과장이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 때문에 계속 나온다.

○ 시도청장 보고 대상인데 “실무진 통보” 해명만

경찰에 출석한 S 씨는 “블랙박스에 폭행 영상이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 경사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채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여러 상황 속에도 C 경사가 이 차관의 신원을 인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서초파출소가 최초 보고한 이 차관의 ‘운전자 폭행’ 혐의는 ‘단순 폭행’ 혐의로 축소됐으며, 양측이 합의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내사종결됐다. C 경사의 윗선 간부들은 이를 그대로 결재했다. 일각에선 “적어도 9일 오전부터 이 차관의 존재를 인지한 상황에서 사건이 종결된 건 모종의 외압이 작용했거나 피의자가 이 차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건이 자연스럽게 축소되는 걸 수수방관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향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B 경위 등을 기점으로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이 서울경찰청 윗선이나 경찰청 등에 보고됐는지, 또 서초경찰서 고위 간부 등이 제3의 경로를 통해 이 차관 사건 처리에 대한 외압을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변호사 범죄 등은 시도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수사 지휘를 받아야 하는 주요 사건이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26일 “실무자 사이에서만 참고용으로 통보되었을 뿐 관련 내용 보고서가 생산된 사실이 없고, 지휘 라인으로 보고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고도예 yea@donga.com·조응형·장관석 기자
#이용구 사건#서울청#택시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