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60만 명의 동유럽 발칸반도 소국 코소보에서 조기 총선이 치러져 ‘반(反)세르비아’ 민족주의 성향 집권당이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그러나 2월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과반 의석 확보엔 실패해 1년 가까이 지속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가 약 99% 진행된 가운데 집권 자결당(LVV)이 득표율 49.3%로 1위를 차지했다. 중도 우파 성향인 야당 코소보민주당(PDK)과 코소보민주연맹(LDK)이 각각 21.0%, 13.6%로 뒤를 이었다.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자결당은 올 2월 총선에서 120석 중 48석(42.3%)을 차지해 1위였지만, 야당들이 연정 구성을 거부해 총선을 다시 치렀다.
그간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자치 지역으로 있다가 2008년 독립했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가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북부 세르비아 접경 지역은 기독교를 믿는 세르비아계가 다수다.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된 뒤 세르비아는 1998년과 1999년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을 학살했다. 이른바 ‘코소보 분쟁’으로 불리는 당시 사태는 20세기 유럽 최악의 분쟁으로 꼽히며 1만3000여 명이 희생됐다.
코소보는 2022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했으나, 스페인 그리스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키프로스 등 일부 회원국들이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반대하고 있다. 또 반세르비아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인 알빈 쿠르티 총리 집권 뒤 세르비아와의 갈등이 깊어졌고, 중재를 하려는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도 악화됐다. 2023년에는 세르비아와의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EU가 코소보에 경제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자결당 대표인 쿠르티 총리는 연임될 예정이다. 쿠르티 총리는 “우리는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으며 가능한 한 빨리 함께 전진해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쿠르티 총리가 소수민족 탄압으로 외교 고립을 자초했다며 비판적인 입장이어서 연정 구성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코소보가 이번에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EU의 서부 발칸 지역을 위한 60억 유로(약 10조2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못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소보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023달러(약 1011만 원)로 EU 평균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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