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쪽으로 갈라진 野 ‘쇄신의 힘’…권력 게임 변질되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14일 1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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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쇄신 방향 놓고 자강론 대 통합론 대립
통합론, 외부 변수 배제하고 당권 경쟁 우위 포석
자강론, 야권 전체 파이 키우고 '꼰대당' 이미지 희석

국민의힘이 4·7재보궐선거 완승에도 불구하고 쇄신을 놓고 당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들썩이고 있다.

당의 쇄신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강파 대 통합파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면서 쇄신 방향에 대한 불협화음 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 쇄신론이 자칫 ‘권력 게임’으로 변질될 조짐이다. 간만에 보수정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쇄신의 바람이 난기류를 만나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자강론은 당대표부터 먼저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4선 홍문표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우리 당은 지금 자강 시스템이 되어있지 못하다. 바람이 어느 한쪽에서 세게 불면 흔들리게 되어있고, 또 3의 지대에 신경을 쓰다 보면 우리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자강이라는 부분을 뼈저리게 느끼고 5번의 비대위를 거치면서 우리의 정체성이 있나. 그냥 몰려다니는 것뿐이다”라고 비판했다.

4선 김기현 의원도 이틀 전 CBS라디오에서 “좀 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드림으로써 수권정당의 자질을 보여드려야 된다”며 “그런 면에서 당의 지도부도 좀 더 국민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빨리 재편돼야 된다”고 자강론을 주장했다.

원외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당이 빨리 자강하고 쇄신해야 한다”며 자강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5선 조경태 의원도 “현 지도부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공유하고 또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며 “더 이상 이런 부분들을 미적거리다 보면 이 또한 언론에서 국민들 시선에서는 자중지란으로 비추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합당 전 전당대회를 먼저 열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자강론은 당권 경쟁에서 가능한 한 외부 변수를 배제하고 당 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론 제1야당을 중심으로 한 대선판을 짜고 당 밖에 있는 대권후보 흡수통합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규상 당대표 당선인 결정은 선거인단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최다득표자로 결정하게 돼 있다. 만약 통합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국민의힘 밖 인사들에겐 사실상 독소 조항과 다름없어 당규 개정을 요구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농후해 당원 관리에 공을 들여온 국민의힘 의원들이 역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결국 독자 전당대회가 당권 경쟁에서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자강론보다 통합론을 중시하는 국민의힘 내부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선(先) 통합 후(後) 전대론이다.

5선 정진석 의원은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며 “단일대오를 만들고 더 큰 제1야당을 만들고 더 단단해진 야권의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어떻게 자강이 아닐 수 있겠는가. 야권이 통합하라는 국민들의 명령이 순서이고 순리이기 때문에, 통합은 곧 자강이다”라고 주장했다.

3선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번 보궐선거 승리는 국민이 우리당이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당 혁신은 국민의 뜻에 맞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100% 국민전당대회로 당대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하 의원은 “현재 우리당의 당대표 선출방식은 당원 선거인단 70%, 국민여론조사 30%”라며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 후보를 100% 국민여론조사로 선출해 승리한 것처럼 이번 전당대회도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윤석열 전 총장의 합류도 가능하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힘을 모았던 안철수 국민의당과 금태섭 전 의원의 통합도 수월해진다”고 강조했다.

3선 조해진 의원도 “자강이 국민의당과 약속한 합당과 범야권 대통합, 야권후보단일화 작업을 부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혁신과 변화를 통한 자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국민의당과의 합당과 범야권 대통합, 야권 후보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선 중에선 배현진 의원이 “앞으로 우리는 더 큰 화합을 이뤄나가야 한다”며 “홍준표 대표, 안철수 대표 등 우리의 식구들이 건전한 경쟁의 링으로 함께 오를 수 있도록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통합론을 공개 지지했다.

이 같은 통합론은 당권경쟁보다 더 시급한 과제로 야권 재편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야권 전체 파이를 키워 여대야소 불안 정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등 중도 성향이 짙거나 제3지대를 추구하는 인사들과 통 큰 통합에 나설 경우 국민의힘이 가진 ‘영남 꼰대당’ 등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실제 4·7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와 단일화로 중도층 공략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내년 대선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중도층이나 부동층을 잡기 위해선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통합론의 근간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중진 사이에서도 범야권 통합 논의에 좀 더 성의있게 임해줄 것을 당에 주문하고 있다.

5선 서병수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하에서 우리가 중도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젊은 사람들을 위한 장을 만드는 시도와 방향 제시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며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우리가 선거 때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 실무기구를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합당을 하는데 필요한 어떤 걸림돌을 제거해나가는 작업을 하면서 원내대표 구성 문제나 지도체제 구성 문제는 우리의 일정대로 계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5선)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합당 시한을 주고 답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실상 두 당의 통합이 불발될 것에 대비한 일종의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주 권한대행은 14일 국민의당 합당 관련 실무절차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우선 합당 선언이 먼저 돼야하고 합당선언이 되면 구체적인 협상이 될 텐데 합당선언을 하기위한 주요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서도 “구체적인 합당에 필요한 조건들은 지난주 안철수 대표를 만나서 들었을 땐 별로 장애될 사유가 없는 걸로 들었다”고 밝혔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야권 지지자들이 전체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보궐선거 이후에 국민의당은 향후 야권 개편에 있어서의 역할에 대한 당원과의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지도부를 선출해야 되는 당 내부 상황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사이에 사실 합당과 관련된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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