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여자배구 미래 손서연
높은 타점서 강력 스파이크 일품… 작년 亞선수권 우승 이끌며 MVP
불꽃 투지-리더십 김연경 빼닮아
“배구하며 배려하는 법도 배워요”
‘리틀 김연경’ 손서연이 경남 진주시 선명여고 체육관에서 공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손서연의 새해 목표는 국제배구연맹(FIVB) 17세 이하(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손서연은 “고교 졸업 후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호명되고 싶다”고 말했다. 진주=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수줍은 미소와 부드러운 눈매, 앳된 얼굴에선 카리스마로 코트를 휘어잡던 ‘배구 여제’ 김연경(38·은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명여고(경남 진주시) 입학을 앞둔 손서연(16)은 “지난 휴가 때는 집에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를 만들어 먹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분위기는 달라도 손서연이 ‘리틀 김연경’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파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코트 위 김연경을 빼다 박았기 때문이다. ‘예비 고교생’이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 배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기대주로 주목받게 된 이유다.
손서연은 경해여중 재학 중 이미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이력도 있다. 지난해 11월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총 141득점을 몰아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최우수선수(MVP)와 득점왕 모두 그의 몫이었다.
대회를 마치고는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김연경이 설립한 KYK파운데이션의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손서연은 “(김연경) 선배님께서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고 하면 된다. 열심히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며 “리틀 김연경이란 별명도 처음엔 마냥 좋았는데 이제는 부담도 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연경(191cm)처럼 또래보다 키(181cm)가 큰데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는 손서연은 “(공격에서는) 어려운 공을 많이 처리하고, 수비에서도 핵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팀을 좀 더 받쳐줄 수 있는 자리인 것 같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손서연에게 배구는 코트 밖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손서연은 “예전에는 말과 행동이 거칠어 의도치 않게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었는데, 배구를 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어찌 보면 배구가 사람을 만들어 준 셈”이라며 웃었다.
다음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은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8월 칠레에서 열리는 국제배구연맹(FIVB) 17세 이하(U-17)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다. 2일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 중인 손서연은 “이번에도 4강은 당연하다. 최종적으로는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그다음 목표는 배구 명문 선명여고 선배들과 함께 전국체육대회 금메달을 수확하는 것이다.
고교 졸업 후에는 중고교 선배인 유서연(27·GS칼텍스) 같은 프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손서연은 “(유서연 선배님은) 수비와 리시브를 모두 잘하고 큰 키(174cm)가 아니어도 강한 공격을 한다. 어린 나이에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 무대에서 MVP 인터뷰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며 “기량을 더 갈고닦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호명되고 싶다”고 했다.
김연경을 앞세워 ‘4강 신화’를 이뤘던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 배구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챌린저컵으로 강등당하기도 했다. 손서연은 그래서 성인 대표팀에도 단비 같은 존재다. 손서연은 “미래에는 성인 대표팀에서도 주장 마크를 달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우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손서연의 키는 지금도 자라고 있다. 손서연은 “새해 소원으로 185cm까지 크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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