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별 교복값 최대 87만원 차이… “안입는 정장 교복은 왜 사나”

  • 동아일보

전국 5155개 중고교 교복값 분석
지역별 평균 교복값 11만원 격차
학교가 구매 주관… 품목도 제각각
대형업체 4곳 독과점 구조도 문제… 번갈아 ‘꼼수 입찰’ 담합 적발 잦아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교복나눔매장에서 학부모가 기증받은 교복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을 ‘등골 브레이커’라고 지적한 가운데 지역별, 학교별로 교복값이 수십만 원씩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교복나눔매장에서 학부모가 기증받은 교복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을 ‘등골 브레이커’라고 지적한 가운데 지역별, 학교별로 교복값이 수십만 원씩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경북의 한 기숙형 공립중학교는 지난해 교복값이 60만8000원에 달했다. 재킷, 조끼, 셔츠, 넥타이 같은 정장형 교복 외에도 체육복과 생활복을 반드시 사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의 한 공립중 교복 가격은 7만5000원에 그쳤다. 정장 교복을 아예 없애고 후드집업으로 간소화한 데다 체육복이나 사복 착용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교복을 가계에 부담을 주는 ‘등골 브레이커’라고 지적한 가운데 지역별로 평균 교복값이 11만 원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가격 격차가 최대 87만 원까지 벌어졌다.

구매해야 하는 교복 품목들이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데다 생산·유통 과정에서 대형 업체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계속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복 문화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영세·중소업체에도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학교별 교복값 최대 87만 원 차이

23일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를 통해 전국 5155개 중고교(중학교 3002곳, 고등학교 2153곳)의 지난해 교복 가격을 전수 분석한 결과, 17개 광역시도의 중학교 평균 교복값은 최대 11만7627만 원까지 벌어졌다. 경기 지역의 평균 교복 가격이 34만3812원으로 가장 높았고, 광주가 22만6185원으로 가장 낮았다.

고등학교 평균 교복값도 시도별로 최대 11만600원 차이가 났다. 강원 지역 고교의 평균 교복값은 34만5018원이었고, 가장 저렴한 광주는 23만4418원이었다.

학교별 격차는 더 두드러졌다. 강원 지역의 자율형사립고의 교복값은 94만8500원인 반면 서울의 한 사립고 교복 가격은 7만4000원에 불과했다. 교복값이 최대 87만 원까지 차이 나는 것이다. 중학교도 최고 가격(경북 60만8000원)과 최저 가격(서울 7만5000원)의 차이가 53만3000원에 달했다.

현재 중고교 교복은 대부분 ‘학교 주관 구매’ 방식으로 유통된다. 학교가 직접 입찰 등으로 교복 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정부는 고가의 교복 가격을 잡겠다며 2015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전국 시도교육청 교복협의회는 매년 물가 상승 전망치 등을 고려해 다음 학년도의 학교 주관 구매 가격의 상한선을 결정한다. 올해 교복 상한가(기본 구성 1벌 기준)는 34만4530원으로 정해졌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중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30만∼40만 원의 교복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 후드점퍼·생활복 더하면 50만 원 훌쩍

이번 전수 분석에서도 전국 중고교의 70%가량은 교복값이 30만 원대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학교알리미에는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동·하복 가격만 공시하는 것이어서 학생들이 많이 입는 생활복과 체육복 등을 포함하지 않은 학교가 적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학부모와 학생들이 부담하는 교복값은 40만∼50만 원대로 껑충 뛰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712개 중고교 중 74%가 정장형 교복과 생활복을 혼용하고 있었다.

서울의 한 고교 학부모 이모 씨(51)는 “정장 교복에다 학교 후드집업, 야구점퍼, 생활복, 체육복까지 다 사느라 50만 원 넘게 썼다”며 “정복은 아이가 입학식 때 입은 뒤 한 번도 입지 않아 헛돈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장형 교복은 입학식·졸업식 같은 행사 때만 입고 일상 수업에서는 활동성이 높은 생활복이나 체육복을 착용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이에 따라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육계 내부에서는 불필요한 교복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교복 지원금을 책정하고 있지만 정장 교복 외에 체육복, 생활복 등 추가 구매에 따른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장형 교복이 꼭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광주·구미 등에서 담합 의혹 잇따라

현재 교복 시장의 75%를 ‘빅4’ 대형 업체(스쿨룩스·아이비클럽·엘리트학생복·스마트학생복)가 점유하는 등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것도 교복값을 일정 수준으로 낮추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문·발주부터 생산, 도소매 유통까지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가격 결정권이 생산자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담합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시민단체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광주 지역의 일부 중고교에서 특정 브랜드 2곳이 번갈아가며 꼼수로 교복 입찰을 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가 회사명과 허위 주소, 대표자명 등을 변경하는 수법으로 수년간 해당 학교의 교복 입찰을 독점했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의 입찰 금액 차이는 2000원에 불과했다.

경북 구미시에서는 6개 교복 대리점이 공동구매 입찰에서 담합 행위를 하다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이들 업체는 신생 업체의 진입을 막기 위해 4년간 중고교 48곳의 교복 공동구매 입찰에서 233차례나 ‘짬짜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업체가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깰 수 있도록 교복 생산과 유통 역량을 가진 영세·중소업체들의 경쟁력을 더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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