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9 응급환자는 14%뿐… 대응 골든타임 놓친 비용 물려야

  • 동아일보

크게 다친 곳이 없고 거동이 가능한데도 119구급차를 부른 남성이 하차를 요구하는 구급대원의 안내에 응하지 않은 채 차량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 독자 제공
크게 다친 곳이 없고 거동이 가능한데도 119구급차를 부른 남성이 하차를 요구하는 구급대원의 안내에 응하지 않은 채 차량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 독자 제공
119 구급차는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외상 환자 같은 응급환자들을 위한 1차 구조 수단이다. 그런데 가벼운 부상 치료나 정기 외래 진료를 위해 무분별하게 119 구급차를 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119 구급차가 출동한 횟수는 332만 건이지만 이 중 출동한 대원들이 병원 이송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환자가 현장에 없어 허탕을 친 경우가 36%였다. 병원에 이송된 환자들 중에도 긴급 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는 14.7%에 불과했다. 급하지도 않은 일에 119 구급차가 동원돼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 대응이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전국의 119 구급대원들이 전하는 구급차 남용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크게 다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보니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상태였고, “70대 부모가 위중하다”는 신고가 접수돼 갔더니 보행에 지장이 없는 만성 질환자였다고 한다. 한 달에 네 차례나 호출하는 상습적인 악용자도 있고, 취객이 막무가내로 “심각한 외상을 입었다”며 신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응급 여부와 무관하게 119 구급차가 무료인 점을 악용해 ‘공짜 콜택시’ 부르듯 119 구급차를 부른다는 것이다.

전국 소방서와 119안전센터에 설치된 119구급대는 1455곳, 구급차는 1660대로 구급대 1곳당 구급차는 평균 1.1대다. 응급 대응만으로도 빠듯한 형편이어서 비응급 환자 대응에 구급차와 구급대원 발이 묶이면 정작 응급환자가 생겼을 때 먼 거리에 있는 다른 관할 소방서에서 출동하게 돼 골든타임 내 대응이 어려워진다. 비응급 환자 신고가 많아질수록 신고 접수, 상황 판단, 구급차와 구급대원 출동과 복귀에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모돼 전체 응급 의료체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비응급 환자의 구급차 출동 요청은 거절할 수 있지만 신고 전화만으로 응급 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보고 이송을 거부하다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구급차 출동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급대원들의 현장 판단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비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하면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상습적 악용자를 제재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19 구급차는 누구든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공짜 택시가 아니라 위급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한정된 자원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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