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인사평가 납득 못해”… 공정성 요구 커져 기업마다 홍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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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로 동료평가 어려워지고 회식-회의서 오해 풀 기회는 줄어
SNS선 서로 연봉-성과급 비교… 회사 공개 비판하는 일도 잦아져
“과거 성과 대신 미래 업적 평가”… 스타트업 중심 새 실험 도입나서

지난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카카오의 평가 제도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카카오가 직원들에게 통보하는 인사평가 결과에는 ‘동료 리뷰’ 항목이 있다. 이 항목엔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동료의 숫자와 비율이 명시된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글에서 “조직 내부의 불신과 의심을 조장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회사 측은 “동료 리뷰는 다면 평가로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직원들이 원해서 도입한 조치”라며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투명한 평가를 위해 추진한 제도인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이 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업무환경 변화가 이어지면서 기업마다 인사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보상과 성과 평가에 민감한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기준과 방식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은 인사평가 홍역을 더욱 심화시켰다.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며 동료의 근태나 업무를 자연스럽게 공유했던 과거와 달리, 각자 업무나 성과를 알지 못하는 깜깜이 근무체계로 인사 고과에 대한 갈등이 커진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팀장급 직원은 “함께 일할 땐 야근이나 업무량이 몰리는 팀원을 평가에서 배려하는 게 당연했지만 원격근무에선 관리자만 성과를 비교할 수 있어 팀원들에게 평가 수용을 설득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식이나 회의 등 인사 불만이나 오해를 푸는 자리가 있었지만 요즘은 소통이 줄어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성과급 등 보상과 연동되는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회사를 공개 비판하는 일도 잦아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 기업 구성원들이 서로의 연봉, 성과급 등 처우와 인사평가 방식 등을 비교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단순히 평가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비교 평가하는 것.

이달 중순 한 10대 그룹 계열사 블라인드에는 퇴사 예정 직원이 “얼마 전 ○○사 10년 근속 직원 1000만 원 지급, 부럽다.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는 없느냐”는 글을 올려 직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블라인드에 이어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회사 비밀을 누설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일이 늘어 기업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회사 내 MZ세대 구성원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MZ세대는 인사평가를 학교 다닐 때 성적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력했는데 평가가 나쁘게 나오는 것을 못 참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MZ세대는 오랜 기간 근무하며 승진하는 것보다는, 연봉이나 성과급 등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라며 “승진을 결정하는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상’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면서 연봉 및 성과급 체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 고과나 연말연초 성과급 규모에 따른 ‘철새 이직’도 늘고 있다. 한 대기업그룹 자산운용사 과장 김모 씨는 “1990년생 팀 막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적절한 보상이 인재 확보와 직결되면서 그동안 결과만 통보하고 면담은 요식행위에 그쳤던 기업의 인사평가 풍경도 바꾸고 있다. 중견 IT기업 임원은 “얼마 전 연봉을 10% 인상한 직원에게 1시간 넘도록 ‘이것밖에 못 올려줘서 미안하다’며 달래느라 애먹었다. 설득 실패는 곧 인재 유출이고, 인재 유출은 관리자 무능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과 평가 불만이 많아지자 일부 스타트업 중에는 아예 과거 성과를 기준으로 한 평가 대신에 앞으로 어떤 업적을 낼 수 있는지 적극 어필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평가를 하는 새로운 인사평가 실험을 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곽도영 기자
#mz세대#인사평가#공정성#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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