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좌석 떼고… 화물기로 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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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 수요 줄어들자 역발상 경영
대한항공 개조 화물기 첫 수송, 아시아나-진에어도 개조 진행
수익 개선 위해 화물 수송 늘려

화물기로의 개조 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777-300ER기에 화물이 적재돼 있다. 대한항공은 1일 국토교통부와 보잉사로부터 화물기 개조 승인을 받은 뒤 좌석을 떼어내고(아래 사진) 화물 잠금 장치를 설치했다. 대한항공 제공
화물기로의 개조 작업이 완료된 대한항공 보잉777-300ER기에 화물이 적재돼 있다. 대한항공은 1일 국토교통부와 보잉사로부터 화물기 개조 승인을 받은 뒤 좌석을 떼어내고(아래 사진) 화물 잠금 장치를 설치했다. 대한항공 제공
국내 항공사들이 여행객 감소로 운항이 중단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운항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 운항이 80% 줄어드는 와중에도 지난 2분기(4∼6월)에 화물 운송을 늘려 깜짝 영업흑자를 내자 아예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하고 있는 것이다.

9일 대한항공은 국내 최초로 화물기 개조 작업을 마친 보잉777-300ER 기종(KE9037편)이 8일 오후 10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콜럼버스 리켄배커 공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개조 화물기가 첫 수송을 완료한 것이다. 콜럼버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도시로, 미국 내 의류기업과 유통기업의 물류센터가 집중돼 있다. 항공사들이 글로벌 항공화물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총 2대의 항공기를 화물기로 개조했으며, 동남아 화물 노선망 등과 연계해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 의류 등의 화물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화물기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330 또는 350기종 중 2대를 화물기로 전환하기 위해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로부터 개조 승인 등을 마무리한 상태다. 국토교통부의 운항 적합성 및 안전성 승인만 떨어지면 곧바로 개조 작업에 들어가 이달 안에 화물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진에어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대형항공기인 보잉777-200ER 여객기 1대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까진 여객기로 쓰다가 이후에 화물기로 개조할 예정이다. 이들 기종은 좌석을 뜯어내면 약 10t의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다.

다만 국내 항공사들의 화물기 개조는 부분개조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완전 전환하려면 승객 좌석 위 짐칸(오버헤드빈)과 식사 등을 준비하는 공간 등을 모두 떼어내야 한다. 항공기 바닥도 크고 무거운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튼튼한 재질로 바꾸고 잠금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큰 화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입구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수개월의 작업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다시 여객기로 활용하려 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국내 항공사들은 좌석을 뜯어내고 화물을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잠금 장치를 임시로 설치하는 수준의 개조만 진행했다. 3, 4일 정도면 화물기로 개조가 가능하며, 추후 여객기 수요가 늘어날 경우 다시 좌석을 넣어 여객기로 운항할 수도 있다. 국내 대부분의 LCC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잉737 여객기는 운항 거리가 짧고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많지 않아 화물기로 전환이 어렵다.

그동안 항공사들은 멈춰 있는 여객기의 벨리(belly·여객기 하부 화물칸)를 최대한 활용해 여객 수요 감소를 만회해 왔다. 대한항공은 4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420회의 여객기를 띄워 승객 없이 화물만 수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화물 운임이 오르고 유가가 내려간 상황에서 화물량이 늘면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내항공사#화물기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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