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식당 문 닫히자… 한강공원은 초대형 주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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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1주 연장… 주말 여의도한강공원 가보니

텐트까지 치고 술파티 주말인 6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산책로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
 쓴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과 배달 음식 등을 먹고 있다. 오후 7시부터는 공원 내 그늘막(텐트) 설치가 금지되지만 
버젓이 텐트를 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텐트까지 치고 술파티 주말인 6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산책로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 쓴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과 배달 음식 등을 먹고 있다. 오후 7시부터는 공원 내 그늘막(텐트) 설치가 금지되지만 버젓이 텐트를 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6일 오전 1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강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대형 야외 주점을 방불케 했다. 도보로 3분 정도 되는 거리 양쪽으로 술자리가 빈틈없이 펼쳐져 있었다.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모인 시민 400여 명이 피운 모기향으로 시야는 희뿌연했다. 4인용 돗자리에 일행 1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몸을 맞대고 있었고 대부분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쓴 채 음주를 즐겼다. 잔디밭에는 시민들이 남기고 간 음식물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 곳곳에 술판… 종이컵, 젓가락 돌려써

방역당국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방침을 13일까지 1주일 연장하겠다고 밝힌 뒤 4일 여의도한강공원 등 야외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는 식당이나 주점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돼 한강공원 등 야외에 인파가 밀집될 것을 우려해 ‘공원 내 2m 거리 두기’ ‘마스크 미착용 단속 강화’ 등 방역 지침을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5, 6일 여의도한강공원 등 현장을 둘러본 결과 이 같은 대책은 무용지물이었다.

대학 동기 8명과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대학생 이모 씨(21)는 “오후 9시 이후에는 맥주 한 잔을 마시려고 해도 문을 연 식당이 없다. 한강은 야외라 안전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씨를 포함한 일행 9명은 2, 3인용 돗자리에 빼곡히 붙여 앉아 있었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야외에서도 타인과의 간격이 2m 이하로 좁아지면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이 씨 일행은 종이컵 하나로 대용량 맥주를 나눠 마시고 나무젓가락 2개로 분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5일 0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편의점은 10분 사이 20여 명이 오갈 정도로 붐볐다. 이곳은 한강공원 바로 옆에 있어 방문객들이 술이나 음식물을 사기 위해 자주 찾는다. 편의점은 방문객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등을 기록하는 출입명부를 자체 운영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이 몰리는 바람에 명부는 매장 밖 야외 테이블에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 있는 공공화장실 옆 2평 남짓한 공터에는 40여 명이 모여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5일 오전 11시경 경기 과천의 관악산 꼭대기에 있는 연주대 앞은 ‘셀카족’들로 북적였다. 시민 20여 명이 길게 늘어선 채 삼삼오오 셀카를 찍었다. 좋은 경치를 담으려고 특정 지점에 여러 명이 붙어있었고 3명 중 1명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려쓰거나 벗고 있었다. 연주대 왼쪽 구석에서는 20L 통에 막걸리를 담아두고 한 바가지에 3000원씩 판매하고 있었다. 판매대 주변으로 시민 대여섯 명이 다닥다닥 붙어 막걸리를 마셨다.

○ 단속 공무원 vs 시민·상인들 설전

“2m 거리를 띄우고 기다려 주세요.”(방역 공무원)

“장사 말아먹지 말고 빨리 가세요.”(노점상 주인)

5일 오후 8시 반경 한강공원 산책로에 마련된 한 노점상 앞에는 단속 공무원과 노점상 주인 간에 설전이 오갔다. 구이음식을 파는 이 노점상 앞에 10여 명이 한 발자국 정도만 거리를 둔 채 줄서 있는 모습을 보고 공원 소속 공무원이 형광봉을 들고 나와 손님들 사이의 간격을 벌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의 안내에 손님들은 “뒤로 자전거랑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간격 벌리다가 자전거에 치이면 어떡하느냐”며 꿈쩍하지 않았다. 노점상 주인은 고성을 지르며 단속 공무원을 바깥으로 밀어냈다.

공원을 찾은 인파에 비해 관리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다. 단속 공무원 A 씨는 “여의도한강공원 내 주차공간 630여 곳이 순식간에 찰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데 단속 공무원은 9명뿐”이라며 “음식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를 쓰라며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강력한 방역대책이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느낄 피로감은 이해가 되지만 타인으로부터 안전거리를 지켜야 다시 건강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전채은 / 과천=조응형 기자
#한강공원#수도권#거리두기 2.5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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