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넘어 도파민 조절까지, 다이어트 주사의 명암[김지용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요즘 진료실에서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다이어트 주사치료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목표했던 체중 감량 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겪었다는 환자들의 증언도 적지 않다. 음식 생각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쇼핑이나 쇼츠 영상, 술 등 이전에는 쉽게 빠져들던 것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던 일부 환자들은 과도한 생각이 줄고 한결 차분해졌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런 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새로운 다이어트 치료제들은 생존 본능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GLP-1과 GIP 수용체에 작용해 음식을 찾아야 한다는 신호를 약화시킨다. 여기에 더해 쾌락을 관장하는 중뇌의 보상회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길 때 폭발적으로 분비되던 도파민 반응을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리하면 배고픔의 신호를 끄는 동시에 맛에서 비롯되는 쾌감의 기대를 낮추는 이중 작용기전을 지닌다. 바로 이 두 번째 효과가 다이어트 외에 추가 효과로 이어진다. 쇼핑이나 숏폼 영상, 음주처럼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던 활동들에 대한 기대감이 줄면서 생활 전반에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충동성으로 어려움을 겪던 ADHD 환자나 중독 환자들의 경우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새로운 치료제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불러일으킨다.

202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비만이나 당뇨 치료를 위해 GLP-1 제제를 사용한 환자 8만 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알코올 의존증을 새로 진단받거나 재발할 확률이 비교군보다 50∼56% 낮았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기존의 공식이 더 이상 뇌에서 통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음주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언제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자극적인 요소들이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도파민은 중독의 원흉처럼 악마화되곤 하지만, 애당초 도파민은 삶을 움직이는 활력소다. 이를 억제한다는 것은 삶의 즐거움 일부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진료실에서는 이 새로운 주사 치료를 시작한 뒤 어떤 것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무덤덤해졌다는 호소를 종종 듣는다. 실제로 우울 증세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경우들도 있다. ‘뇌부자들’ 채널에서 이 주제를 다룬 영상에는 자신이 겪은 효과와 부작용을 전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체중이 줄고 술과 쇼핑을 끊고 차분해졌다는 댓글들도 있지만, 의욕이 사라져 하루 종일 누워만 지낸다는 댓글들도 있다.

충동성과 중독을 조절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전의 약물 등장은 분명 반갑다. 하지만 헬스장 폐업률이 늘어나는 등 강력한 약물에 기대다 스스로 건강하게 도파민을 조절할 기회를 놓치는 사례도 벌써 적지 않아 보인다. 꼭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가 중요하겠지만 몰입과 성취를 통해 얻는 도파민으로 더 활력 있는 삶을 만들어 갈 기회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2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30.7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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