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10곳중 7곳 ‘적자’

김자현 기자 입력 2020-08-03 03:00수정 2020-08-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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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새 3배로 늘며 235곳 난립… 운용 전문인력 아예 없는 곳도
감독당국도 제대로 관리 못해… ‘제2 옵티머스’ 또 불거질 우려
지난해 초 설립된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인 A 사는 투자수익(분기 기준)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적자가 쌓이면서 자본금은 추가 증자에도 불구하고 1년 새 운용사 등록 요건(10억 원) 밑으로 쪼그라들었다. 명목상 펀드 운용 책임을 맡는 임원은 금융업 경력조차 없다. 자동차정비기기 제작 업체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은퇴 직원 4∼5명만 모이면 사모펀드 운용사 하나 차린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거액의 투자자 피해를 불러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진 가운데 영세한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상당수가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2의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문사모운용사는 235개로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기 전인 2014년 말(86개)보다 3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1000억 원대 환매 중단에 빠진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불거진 올 2분기(2∼6월)에도 운용사 10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운용사들은 늘고 있지만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3월 말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 225곳 중 158곳(70.2%)이 적자를 냈다. 최근 3년 동안에도 사모펀드 운용사의 적자 비율이 40%대로 높아 부실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는데 올 들어 이 비중이 70%를 넘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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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운용사 설립 장벽이 워낙 낮아 소규모 운용사가 난립한 데다 금융권 경력이 별로 없는 비(非)전문 인력들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유입된 탓으로 분석된다. 당초 60억 원이던 전문사모운용사 설립 자본금 기준이 2015년 10억 원으로 낮아졌고, ‘2년 이상 경력’ 등 운용 인력에 대한 조건도 사라졌다. 한 중형 전문사모운용사 대표는 “운용사가 우후죽순 늘다 보니 전문 운용 인력이나 준법감시인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많다. 유명한 펀드매니저가 펀드를 운용한다고 홍보해 자금을 끌어모은 뒤 해당 매니저를 내보내는 곳도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영세 운용사들이 무리하게 수익을 만회하거나 영업에 나서더라도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 감독할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6월 말 현재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 중 31%(72개)는 자율규제협의체 역할을 하는 금융투자협회에 가입조차 안 돼 있다. 금감원의 사모펀드 검사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차 필터링 역할을 해줄 협회에 등록도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관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의 등록 요건을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선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영세 운영사들이 부실 자산에 투자하더라도 막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운용사 자본금 등 등록 기준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사모펀드#전문 운용사#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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