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활’ 김봉곤 젊은작가상 반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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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대화의 무단 전재’에 이어 ‘강제 아우팅(성정체성 공개)’ 논란을 부른 소설가 김봉곤 씨(35·사진)가 문제가 된 소설로 받은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김 씨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고유한 삶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뒤늦게 깨닫고 반성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자신의 지인과 사적으로 나눈 성적 대화를 무단 인용한 것이 밝혀진 단편 ‘그런 생활’로 김 씨는 올 초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앞서 19일 그의 단편집 ‘여름, 스피드’와 ‘시절과 기분’의 출판사인 문학동네, 창비는 이 책들을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단 인용 논란은 10일 ‘그런 생활’에 C누나로 묘사된 출판계 종사자 C 씨가 성적인 내용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를 김 씨가 허락도 없이 전재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김 씨가 사과했지만 “동의한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이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또 이 작품을 수록한 단행본을 각각 펴낸 문학동네, 창비 측이 문제가 된 내용을 수정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일부 독자와 작가들의 공분을 샀다. 두 출판사에 대한 책 구매와 원고 청탁을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생겼다.

또 ‘여름, 스피드’의 ‘영우’라는 등장인물이 자신이며 소설 때문에 강제 아우팅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작가와 출판사의 명확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결국 문학동네와 창비가 해당 작품집 판매 중단과 후속 대책 마련을 밝힌 데 이어 작가도 수상을 반납하게 된 것이다.

2016년 등단한 김 씨는 한국 문학에서는 보기 드문 성소수자로서의 일상과 동성애 문제를 1인칭 시점의 자전적 소설로 발표하며 화제와 비평의 중심에 있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그런 생활#김봉곤#젊은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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