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南의 쌀-의약품 주고 北의 금강산 물-대동강 술 받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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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물교환 방식으로 제재 넘어야… 한미훈련은 연기됐으면 좋겠다”
외교부당국자 “제재 저촉 따져봐야”… 전문가 “운송과정 제재위반 가능성”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21일 한미 연합훈련 연기론을 펼치면서 쌀과 의약품을 지원하고 북한 술과 물을 대가로 받자는 새로운 구상을 내놓았다.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내보인 것이지만 현실성을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는 한미 연합훈련이 연기됐으면 좋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유연히 판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통해 남북 대화 재개 계기를 마련해 보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한미 국방 당국은 다음 달 셋째 주에 연합훈련을 진행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금강산과 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의 쌀, 의약품과 바꾸는 작은 교역을 시작하면 더 큰 교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벌크 캐시(대량 현금) 지원 문제가 제재와 관련돼 늘 제약 조건이었다”며 “물물 교환 방식의 새로운 상상력으로 (대북 제재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의 ‘물물 교환’ 교역 구상에 대해 “(대북 제재 저촉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밝힌 교역 희망 품목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운송 과정에서 위반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우리 선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하면 미국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오른다. 차량이 북한에 들어가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이 된다. 결국 이 후보자가 견제해 온 한미 간 대북 제재 협의기구인 ‘워킹그룹’을 거쳐야 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아주 대담한 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인영식 소규모 남북 협력’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쌀과 의약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며 “물과 술을 남쪽에 주면서 쌀을 거래 조건으로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한기재 기자
#이인영#한미연합훈련연기론#물물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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