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수석 1명 교체로 외교·안보 실패 덮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0시 00분


코멘트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김규현 대통령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임명했다. 주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보좌했기 때문에 교체 시기가 됐다곤 하지만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미국에서 이전받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문책성 교체다. 하지만 주 전 수석을 제외한 외교안보 부처의 수장들은 모두 유임됐다.

미국이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전투기에 통합하는 기술의 이전 불가 방침을 4월 통보했음에도 방위사업청이 6월에야 청와대에 늑장 보고했고 그나마 대통령에겐 제대로 보고가 안 된 만큼 당연히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미국의 거부가 한미동맹의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 돼 버린 상황에서 주 전 수석만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KFX 사업에 책임이 큰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번에도 자리를 지켰다. 김 실장은 지난해 3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KFX 사업의 단일 후보였던 보잉의 F-15SE를 록히드마틴의 F-35로 변경하는 것을 주도할 때 핵심 기술 이전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강행했다. 방위사업청을 감독하는 한 장관은 대통령 방미에 동행해 미 국방부에 핵심 기술 이전을 거듭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정부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했다고 자찬하는 한미 정상회담의 이면에서 대미 굴욕외교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할 주력 전투기를 2025년까지 개발하는 KFX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영공 방어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다.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무산된 만큼 유럽 등에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시간 및 기술의 한계로 독자 개발이 힘들다면 원점으로 돌아가 대체 전투기의 해외 도입 같은 대안도 강구해야 한다.

퇴역하는 미제 전투기를 국산으로 대체하려는 KFX 사업에 미국이 협조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 한국이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 개발에 성공한 이후 미국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미국은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의 한국 배치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미연합 방위태세가 아무리 중요해도 값비싼 미제 무기만 잔뜩 들여오고 필요한 핵심 기술을 얻지 못하면 미국의 ‘호갱’에 그칠 뿐이다.

KFX 사업을 넘어 외교안보 전반을 보면 한국의 친중 외교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제대로 박 대통령에게 전하지 못하고 ‘미중의 러브콜은 축복’만 주장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한일관계 교착을 질질 끈 책임도 무겁다. 대통령이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직언도 못하는 외교안보 라인을 두둔만 해서는 국익을 지키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외교안보#전투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