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성공보수’ 항목 삭제… 착수금 올려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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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後 요동치는 변호사업계

서울 서초구의 한 형사전문 법무법인의 사건 위임 계약서. ‘무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 ‘벌금형 이하가 선고된 경우’ 등 
8가지 조건을 내걸었던 기존 계약서의 성공보수 조항(위쪽)은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후 ‘해당사항 없음’(아래쪽)으로 변경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형사전문 법무법인의 사건 위임 계약서. ‘무죄,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 ‘벌금형 이하가 선고된 경우’ 등 8가지 조건을 내걸었던 기존 계약서의 성공보수 조항(위쪽)은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후 ‘해당사항 없음’(아래쪽)으로 변경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원의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화 판결 이후 변호사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변화를 모르는 의뢰인에게 버젓이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로펌이 있는가 하면, 발 빠르게 계약서 문구를 다듬은 곳도 있다. 일부 로펌은 형사사건 위임 계약서에서 성공보수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대법원 판결 이후 서울 시내 로펌 10여 곳을 직접 찾아가 변화를 취재했다. 29일 서울 시내 한 개인법률사무소. 학생회 운영비 5억 원 횡령 혐의 피의자로 가장한 기자에게 변호사는 “사안이 워낙 어려워 착수금이 400만∼500만 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나중에 얼마나 더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자 의뢰인이 대법원 판결을 모른다고 생각한 변호사는 곧바로 “성공보수는 400만∼500만 원 선이다. 무죄가 나면 배로 나올 수도 있고 유죄가 나면 아예 안 줘도 된다”고 말했다. 상담을 마친 후 변호사는 ‘성공보수는 상담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며 소송계약서를 첨부한 e메일도 보내왔다.

대형 로펌에 비해 위기감이 더 큰 군소 로펌의 움직임이 비교적 더 활발했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성공보수 없이 구치소 접견 1회당 ○원, 검·경찰 조사 시 동석 1회당 ○원, 재판 참석 1회당 ○원 식으로 기존 계약서에 특약조건을 다수 붙이거나,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포함해 올려 받는 식의 두 가지 계약서를 놓고 의뢰인에게 선택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계약금처럼 전체 금액 중 착수금 조로 일정액을 먼저 받은 뒤 중도금, 잔금 형식으로 나눠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곳도 있다. 변호사 10명 정도의 한 소형 로펌 관계자는 “착수금을 50% 올리고, 단계별로 시간당 보수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변호사회는 30일 다음 달 중순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회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성공보수의 상·하한선을 정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지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4학년
#변호사#성공보수#착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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